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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규. 사진제공=서울 이랜드F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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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들에 간절함이 배어있었다.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어려움도 있었다. 죽기 살기로 뛰었다. 작은 성공을 거뒀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꿈을 이룰 때까지 쉴 수는 없다. K리그 챌린지를 강타하고 있는 주민규(25·서울 이랜드) 이야기다.
주민규는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챌린지 9경기에 나서 6골을 넣었다. 7골을 기록 중인 자파(수원FC) 조나탄(대구)에 이어 챌린지 득점 랭킹 3위에 올라있다. 상주와의 경기에서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메스 로드리게스(레알 마드리드)가 브라질월드컵 당시 넣었던 것과 똑같은 로빙슛을 넣어 화제가 됐다. 이 골은 2014년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을 받은 골이다. 푸스카스상은 최고의 골에게 부여하는 상이다. 팬들도 많이 생겼다. 언론의 취재 요청도 줄을 잇고 있다. 챌린지를 대표하는 스타가 됐다.
그러나 주민규는 만족하지 않는다. 아니 만족해서는 안된다. 2012년 12월 10일의 기억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다. 2013년 K리그 드래프트였다. 그래도 주민규는 '볼 좀 찬다'는 소리를 들었다. 결과는 절망이었다. 아무도 그를 지명하지 않았다. 그대로 청주 집으로 향했다. 방에 틀어박혀 계속 울었다. "내 가치가 이것밖에 안되나"고 절망했다. 부모님과 2명의 남동생이 눈에 밟혔다. 자신을 위해 희생한 이들이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이영무 고양FC 감독이었다. 번외지명으로 뽑았으니 오라고 했다. 가족들과 상의 끝에 고양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고양에서도 어려움은 이어졌다. 미드필더였던 주민규는 주전이 아니었다. 팀에서 결원이 생기면 어느 자리든 나가야 했다. 공격형 수비형 측면을 가리지 않았다.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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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규. 사진제공=서울 이랜드F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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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동료들이 있어 견뎠다. 다들 "너는 잘하니까 조금만 견뎌라. 절실함을 가지고 준비하면 기회가 온다"고 했다. 그 말만을 믿었다. 고양에서 2년을 보냈다. 몇몇 팀에서 제의가 왔다. 클래식의 한 팀과 얘기가 잘 됐다. 이적 직전이었다. 마틴 레니 이랜드 감독이 만나고 싶어했다. 레니 감독과 대화를 나눴다. 팀의 비전도 들었다. 자신을 공격수로 쓰겠다고 했다. '이 팀이다'는 확신이 들었다. 바로 계약했다.
이랜드의 동계 훈련은 쉽지 않았다. 남해와 미국에서 열린 동계 훈련 기간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인 보비와 타라바이, 라이언 존슨에게 밀렸다. 2군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민규는 힘들어하지 않았다. 이미 드래프트 실패 그리고 고양에서의 고난을 넘긴 뒤였다. 주민규는 "간절함을 가지고 준비하면 기회가 온다"고 믿었다. 몸을 꾸준히 만들었다.
기회는 생갭다 빨리 왔다. 3월 29일 안양과의 경기에 교체투입됐다. 4월 4일 대구와의 경기를 앞두고 갑자기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타라바이가 근육을 다친 것. 그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열심히 뛰어다녔다. 일주일 뒤 선문대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었다. 이후 꾸준히 골을 넣고 있다. 주전 자리도 차지했다.
주민규는 요즘 일부러 어려운 시기를 떠올린다. 골을 많이 넣은만큼 상대팀 수비수들의 견제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이겨내야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 그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고 했다. 이어 "예전에 너무 많이 울었다. 그때로 다시 떨어지지 않으려면 묵묵하게 훈련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꿈은 역시 태극마크다. "축구 선수라면 모두 태극마크가 꿈이다. 나 역시 태극마크를 위해 계속 뛰겠다"고 했다. 현실적인 꿈도 있다. 동생들의 결혼 자금이다. 주민규는 "군대를 다녀온 둘째 동생과 아직 고등학생인 막내 동생이 있다. 나 때문에 희생을 많이 했다. 내가 축구로 성공해 동생들의 결혼 자금을 마련하고 싶다"고 했다. 그 때가 올 때까지 주민규의 질주는 계속된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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