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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전북전 패배서 찾은 세가지 희망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5-05-10 23:29 | 최종수정 2015-05-11 08:29



문수벌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울산의 무승 행진이 6경기(4무2패)로 늘어났다. 4월 11일 대전전 무승부를 시작으로 25일 부산전까지 4경기 연속 1대1 무승부에 그치더니, 5일 제주전과 10일 전북전에선 각각 1대2로 졌다. 시즌 초반 4경기서 서울 포항을 연파하며 무패(3승1무)를 달리더 모습과는 온도차가 크다. '준 국가대표급' 스쿼드로 불리움에도 소극적인 경기 운영으로 스스로 화를 자초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윤정환 울산 감독의 '지지 않는 축구'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윤 감독은 전북전 뒤 소극적인 경기 운영에 대한 지적에 "상대 공격력이 강해 조심스런 경기 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꼭 긴 패스를 노린 것만은 아니었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북전 패배가 걱정만 키운 것은 아니다. 울산 입장에선 희망도 충분히 볼 만한 승부였다. 가장 큰 변화는 전술이었다. 윤 감독은 기존 4-2-3-1 대신 김신욱 양동현 투톱을 앞세운 4-4-2를 들고 나왔다. 2선에 포진했던 김태환과 제파로프를 각각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기용하고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해왔던 마스다를 구본상과 함께 전진 시켜 중원을 탄탄히 다졌다. 그동안 윤 감독은 고집스러울 정도로 수비에 무게를 둔 카운터에 무게 중심을 뒀다. 전북전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드러나긴 했으나, 전반 중반까지 전북과 대등한 승부를 펼치면서 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리더십의 발견도 꼽아볼 만하다. 마스다가 중심에 섰다. 일본 J리그 임대를 마치고 복귀한 마스다는 경고누적으로 빠진 하성민을 대신해 수비와 공격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했다. 기량이나 움직임 뿐만 아니라 어린 선수들을 독려하고 동료들의 파이팅을 이끌어 내는 박수나 몸짓으로 중원 사령관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22분에는 호쾌한 오른발 중거리포로 골문을 여는 등 해결사 능력도 과시했다. '경험부족'을 부진의 한 원인으로 꼽고 있는 윤 감독 입장에선 마스다의 재발견에 의미를 둘 만한 승부였다.

선수들 스스로 분위기를 다잡고 있는 부분 역시 인상적이다. 제주전서 경고누적으로 빠진 하성민과 오른쪽 풀백 임창우는 삭발로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지난달 부산전에서 왼쪽 위, 아래 눈두덩이가 찢어지는 부상을 했던 양동현도 선발로 나서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팀에 힘을 보탰다. 후반 중반 부상한 김태환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은 신예 안현범도 노련한 전북 수비진 사이를 헤집으며 투지 넘치는 경기력으로 박수를 받았다. 조직력만 보강하면 투혼이 실질적인 힘으로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전북전을 마친 울산은 성남(16일)-포항(25일)-서울(31)을 차례로 상대한다. 최근 흐름을 감안하면 울산의 시즌 농사를 판가름 할 분수령이 될 만한 승부다. 부진의 늪에서 희망을 발견한 울산이 과연 잃어버린 승리의 포효를 되찾을 수 있을까.


울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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