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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은 왜]트윈타워 봉쇄한 '절대1강'의 힘, 이동국의 원맨쇼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5-05-10 16:37 | 최종수정 2015-05-11 07:17


◇전북 공격수 에두(가운데)가 10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울산과의 2015년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에서 상대 수비수 마크를 뚫고 드리블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현대가 형제' 울산-전북의 맞대결은 언제나 뜨거웠다. 매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됐던 전력에 걸맞은 명승부를 펼쳐왔다.

K리그 클래식 개막 두 달만에 정면충돌했다. 일본 J리그 사간도스를 강호로 키운 윤정환 감독을 데려온 울산은 초반 상승세가 꺾였다. 지난 제주전에서 윤 감독이 퇴장 당해 전북전서 벤치를 비우는 악재까지 겹쳤다. 반면 '디펜딩챔피언' 전북은 9경기 만에 독주체제를 갖추며 '절대 1강'다운 위용을 뽐냈다. 10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전북의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10라운드는 전반기 최고 빅매치로 꼽기에 손색이 없는 승부였다.

'트윈타워' 꺼낸 울산, '투지'로 맞선 전북

울산은 '트윈타워'로 승부수를 걸었다. 양동현이 김신욱과 투톱에 자리했다. 양동현은 지난달 25일 부산전에서 왼쪽 눈두덩이 위, 아래가 모두 찢어지는 부상을 했다. 2일 제주전에서 교체 명단에 올랐으나 결장했다. 울산 구단 관계자는 "회복 속도가 빠른데다 본인의 출전 의지도 강했다"고 밝혔다. 경고누적으로 결장한 수비형 미드필더 하성민 대신 구본상이 마스다와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섰다. 윤 감독은 "선수들에게는 평소와 다름없이 말했다. 1위 팀과 경기를 하다보니 선수들 스스로 잘 준비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도자 생활 뒤) 처음으로 벤치가 아닌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게 됐다. 선수들을 믿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투지'의 대명사인 최철순을 호출했다. 부상 뒤 최근까지 재활에 매달렸던 최철순의 임무는 왼쪽 풀백이었다. 원톱 자리엔 에두, 교체명단엔 이동국이 포진했다. 전반기 판도를 가늠할 승부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전북이 만만해 보이니까 (김신욱-양동현이) 동시에 나온 것 아니냐(웃음)." 최 감독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부분이다. 대비책은 세워뒀다"며 "최철순의 컨디션은 90%가 안된다. 하지만 경기를 뛰면서 회복이 될 것이다. 오른쪽에선 김기희가 잘해주고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침묵' 김신욱-'포효' 이동국, 슈틸리케의 눈

전북이 주도권을 쥐었다. 경기 초반 공세에 나섰던 울산이 내려서자 곧바로 흐름이 넘어갔다. 전북은 에두 이재성 레오나르도의 돌파를 앞세워 울산의 중앙을 공략했다. 울산은 긴 패스와 김태환 제파로프의 측면 돌파로 맞섰지만, 찬스가 없었다. 김신욱은 전북 수비수 윌킨슨, 김형일의 철통방어와 최보경의 전방 마크 속에 막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최 감독은 후반 7분 이동국을 내보내며 판을 흔들었다. 의도는 그대로 적중했다. 후반 16분 이재성이 얻어낸 페널티킥 찬스를 오른발슛으로 성공시킨 데 이어, 1-1 동점이던 후반 23분 에두와의 연계 플레이로 추가골까지 도왔다.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며 공간을 만들어주는 폭넓은 활동량과 집중력이 빛났다.


울산은 후반 13분 정 훈과 볼을 다투던 김태환이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측면 공격력이 약화됐다.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마무리 해줄 김신욱-양동현의 포스트플레이도 그만큼 처질 수밖에 없었다. 전북 수비진에 막혀 헤딩경합 외에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김신욱도 패배의 책임을 면하긴 어려웠다. K리그를 대표하는 두 '후배 공격수'와 이동국의 한판 승부는 '선배'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날 관중석에선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양팀의 경기를 지켜봤다. 다가오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명단 발표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이날 결과는 슈틸리케 감독의 구상에 터닝포인트가 되기에 충분했다.

두 감독의 엇갈린 시선

'승장' 최 감독은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울산은 그동안 전반전에 높은 집중력으로 많은 골을 얻어왔다. 전반에 실점하지 않는다면 이동국을 투입하는 등 전술적 변화가 가능하기에 우리가 흐름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고 봤다. 선수들이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체력적 어려움을 극복했기에 승리를 얻었다." 그는 "상대 공격수가 강력하기 때문에 대비를 많이 했다. 최철순의 복귀가 힘이 됐다. 수비라인도 좋은 활약을 펼쳐줘 승리할 수 있었다"며 "최보경 김형일 윌킨슨에게 울산 투톱을 1차적으로 저지하고, 측면 크로스 시 더블 마크를 지시했다. 전체적으로 잘해줬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진짜 승부는 9월이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를 꾸준히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시즌 첫 연패를 맛본 윤 감독의 표정은 어두웠다. 전반 중반 이후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지적하자 "상대 공격력이 강해 조심스런 경기 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꼭 긴 패스를 노린 것만은 아니었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김신욱 양동현이 나서면 상대 수비진이 좀더 내려설 것으로 봤다. 제파로프도 중앙에서 측면으로 이동시켜 활로를 찾으려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윤 감독은 "시즌 내내 희비가 엇갈린다. 지금은 나쁜 시기인 것 같다. 선수들의 의욕과 정반대의 플레이가 나오고 있다. 조급함을 버리고 자신감을 찾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답한 채 자리를 떠났다.
울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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