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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꾼 조성환 감독의 비결은 '마법 아닌 마음'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5-05-06 16:11 | 최종수정 2015-05-07 07:21


FC서울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K리그 클래식 2015 4라운드 경기가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제주 조성환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4.04/

7일 현재, 제주 유나이티드의 순위는 2위다.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매경기 안정된 경기력을 과시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이렇다할 선수 영입 없이 기존의 선수들로만 만들어낸 성과다. 가장 달라진 점은 의지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축구를 했던 제주 선수들의 눈에 독기가 생겼다. 몸을 날리고, 쉬지 않고 달린다. 화려했던 제주는 끈끈한 팀으로 탈바꿈하며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이 됐다. 조성환 감독이 만든 마법이다. 조 감독의 마법은 선수들의 마음을 얻으면서 시작됐다.

윤빛가람이 대표적이 예다. 5일 울산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윤빛가람은 세리머니 후 조 감독과 진한 포옹을 나눴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깊은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윤빛가람은 올시즌 전성기의 기량을 회복하고 있다. 소극적이었던 지난 몇 년과 달리 적극적인 모습이다. 무엇보다 '게으른 천재' 이미지에서 벗어나 많은 활동량과 적극적인 수비까지 선보이고 있다. 윤빛가람의 변화는 조 감독과의 면담에서 출발했다. 서로에 대한 오해를 푼 둘은 곧바로 의기투합했다. 윤빛가람은 지금까지 개인훈련을 거르지 않고 있다. 윤빛가람의 변화에 만족한 조 감독은 윤빛가람을 중심으로 팀을 재편했다. 대외적인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윤빛가람은 부활했고, 제주는 순항 중이다. 윤빛가람은 "감독님과 대화를 통해서 자신감을 찾았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감독님이 부담을 주시지 않아 편하게 경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조 감독은 신뢰를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다. 자신이 뱉은 말은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다. 조 감독은 부상자들이 속출했던 지난달 26일 성남과의 원정경기에서 신인선수들을 대거 투입했다. 승점 1점이 아쉬웠던 상황이지만, 조 감독은 단호했다. "시즌이 개막하기 전 열심히 한 선수들에게 반드시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기회가 일찍 찾아와서 오히려 좋다. 신인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보인다면 팀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정영총 심광욱 김경민 김상원 등은 선배들 틈바구니 속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자신감을 얻은 젊은 선수들은 제주의 새로운 무기로 자리잡았다. 제주는 한층 두터워진 스쿼드를 갖게 되며 경쟁력을 높였다. 조 감독은 "물론 중간급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수도 있었다. 하지만 신인선수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이들을 외면하고 이름값이 나은 선수들을 투입하고, 결과가 좋지 않아 부상 핑계를 대는 것은 지도자가 할 일이 아니다"고 단호히 말했다. '누구에게도 기회가 갈 수 있다'는 메시지가 전해지자 개인훈련을 하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조 감독의 결단이 바꿔놓은 분위기다.

조 감독은 선수들에 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회식이다. 고참급들, 신인들, 수비수들 등 그룹을 나눠 회식을 즐긴다. 1대1 면담의 딱딱한 분위기 대신 마음 맞는 선수들을 함께 모아 즐기며 대화를 나누자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메뉴는 선수들이 정한다. 조 감독은 "눈치 없이 뷔페를 가자고 하는 선수들도 있어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웃었다. 자주 회식을 하다보니 정작 코칭스태프에게는 밥 살 시간이 없을 정도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식사를 함께 하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고참팀은 고참 나름대로, 신인팀은 신인 나름대로의 고민이 많았다. 조 감독은 이들의 건의사항을 적극 수용했다. 믿음을 통해 '원팀'이 됐다. 제주를 바꾼 조 감독의 비결은 마법이 아닌 마음이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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