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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발의 마법사' 염기훈 인터뷰 "회춘한거 맞아요!"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5-04-29 16:26 | 최종수정 2015-04-30 08:13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최고의 핫플레이어는 '왼발의 마법사' 염기훈(수원)이다. 클래식 8라운드 현재, 5골-5도움으로 득점과 도움 단독 선두에 올라있다. 클래식 2라운드부터 8라운드까지 7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도 달성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까지 더하면 연속 공격포인트는 10경기(6골-8도움)로 늘어난다. 프로 10년차, 32세에 맞이한 최고의 전성기다. 올해 재계약 협상으로 동계훈련 합류마저 늦어졌던 염기훈에게 과연 무슨일이 생긴 것일까. 스포츠조선이 '키워드 인터뷰'로 염기훈의 활약 비결을 해부했다.

연속 공격포인트

"기록에 대해서는 크게 부담이 없다. 대전전에서도 페널티킥을 찰 생각이 없었는데 전담 키커인 산토스가 없어서 (정)대세가 나에게 공을 줬다. 어쩔 수없이 찼다. 매경기 최선을 다하다 기록이 따라오면 영광일 것 같다. 자주 오지 않는 기회니 최선을 다하겠다. 하지만 팀이 이기는게 더 중요하다. 동료가 좋은 위치에 있는데 욕심 부리지 않을 것이다."

K리그 역대 최다 연속 공격포인트는 포항에서 뛰었던 이명주(알 아인)가 지난해 작성한 10경기다. 7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쌓은 염기훈의 기록 도전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기록이 끊길 위기도 있었다. 염기훈은 26일 열린 대전과의 8라운드에서 후반 38분까지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운이 따랐다. 후반 38분 정대세가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공을 직접 염기훈에게 건네줬다. 염기훈은 페널티킥 득점으로 연속 경기 공격포인트 행진을 이어갔다.

왼발vs오른발

"프로에 데뷔한 이후 올해가 왼발 킥 감각이 가장 좋다. 비결은 연습이다. 지난해까지는 시간이 날 때 킥연습을 했는데 올해부터는 쉴 시간을 투자해서 연습하고 있다. 킥 감각이 계속 유지되고 있고 자신감이 좋아졌다. 시즌 초반에 공격포인트를 많이 올리는 것도 슈팅이나 크로스에 자신감이 생긴 덕분이다."

"남아공월드컵에서 '왜 오른발로 안차고 왼발로 찼냐'는 비난을 많이 받았다. 사실 나도 오른발 잡이다. 7세 때 사촌 형과 자전거를 타다가 오른 발가락이 바퀴에 들어가 크게 다쳤다. 수술한 이후 오른발로 공을 차려고 하면 통증이 심해 왼발로만 공을 찼다. 왼발잡이가 된 이후에도 오른발도 꾸준히 연습했는데 잘 안된다. 하지만 나한테 오른발도 아주 소중하다. 비록 오른발 킥이 부정확할 수 있지만 왼발 킥을 위해 내딛는 다리가 오른발이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아르헨티나전에서 염기훈은 오른발 슈팅 찬스를 왼발로 소화하다 실패했다.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오른발을 잘 쓰지 못하게 된 아픈 과거(?)를 딛고 왼발을 특화시켜, 현재 한국 축구 최고의 '왼발의 마법사'가 됐다.



고종수의 왼발

"수원으로 이적하기 전까지 왼발만큼은 누구한테도 진다는 생각을 안했다. 수원에서 고종수 코치님을 보고 '나보다 왼발을 잘 쓰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걸 처음 느꼈다. 지금도 나보다 왼발 킥이 더 좋다. 프리킥 연습을 같이하면 궤적이나 파워를 따라가지 못한다. 수원 골키퍼들도 막지 못할 정도다. 고종수 코치님은 내가 '왼발'을 처음으로 인정한 사람이다."

염기훈은 올시즌부터 왼발킥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고종수 코치와 함께 훈련 전 1시간씩 킥 연습을 한다. 덕분에 왼발 킥의 날카로움이 더해졌다. 염기훈의 킥을 지켜본 고 코치가 염기훈의 나쁜 습관을 고쳐줬단다. 몸의 밸런스와 고개의 각도를 조정하면서 왼발 킥의 궤적과 높이가 확실히 좋아졌다는게 염기훈의 설명이다.

회춘

"회춘한게 맞는 것 같다. 지난해까지 느끼지 못했던 걸 올해 느끼고 있다. 지난해에는 경기 뛰고 힘들면 잠자면서 컨디션 조절만 했다. 그런데 문득 한 선배가 '노장이 되면 어린 선수들을 따라가기 위해 근력도 키우고 운동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오래전에 했던 말이 떠 올랐다. 올시즌부터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올해 근력을 더 키웠다. 오히려 지금 몸상태가 20대 때보다 더 좋다고 느낀다. 내가 개인 훈련을 많이하니 후배들도 어쩔수 없이 따라서 훈련하는데 미안한 마음도 있다."

염기훈의 '회춘'은 과학적 데이터로도 증명이 됐다. 스포츠영상 전문분석기업인 비주얼스포츠에 따르면 염기훈의 전력 질주 횟수가 지난해에 비해 향상됐다. 경기 중 시속 25.2km 이상으로 뛰는 스프린트(전력질주) 수치에서 지난해 11.8회에 비해 올해 13.3회로 늘어났고 거리도 151m에서 167m로 증가했다. 유효슈팅 성공률(32%→100%), 페널티박스 내 슈팅 비율(38%→83%), 크로스 성공률(26%→30%), 박스 투입 패스 성공률(36%→45%)도 1년 사이에 모두 높아졌다.

타이틀

"개인적으로는 올시즌 50-50을 달성하고, 60-60에 도전하겠다. 올시즌 12골을 더 넣어야 하는데 힘들지 않을까. 골을 넣을때마다 '슈퍼매치'에서처럼 지휘 세리머니는 계속 하겠다. 또 클래식 도움왕을 차지하고 싶다. 도움을 많이 하는 위치니 도움왕이 최고의 영예다. 클래식과 챌린지 도움왕 석권이 목표다. 팀적으로는 우승컵 하나는 들고 싶다. 이왕 고른다면 리그 우승컵을 원한다."

염기훈은 현재 48골-61도움을 기록 중이다. 올시즌 12골을 더 넣으면 K리그 역사상 신태용(99골-68도움), 에닝요(81골-64도움), 이동국(168골-62도움·이상 전북) 등 3명만이 이뤄낸 60-60클럽(60골-60도움)에 가입하게 된다. 2006년 신인상을 수상한 그는 2013년 챌린지 도움왕에 올랐고 올시즌 클래식 도움왕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우승 경력도 화려하다. ACL(2006년), 리그컵(2007년) FA컵(2010년) 정상 경험을 했다. 리그 우승컵이 '챔피언 커리어'의 마지막 퍼즐이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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