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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초반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무명 선수가 눈에 띈다. '시민과 함께하는 100년 구단' FC안양의 공격수 안성빈(27)이다.
안성빈은 서두르지 않았다. 때를 기다렸다.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설 때를 위해 남모르게 노력을 많이 했다. 안성빈은 "경남과 경찰청에 있을 때는 골보다 경기를 뛰는 것이 중요했다. 1분이라도 출전 기회를 받아야 했다. 그 때는 남모르게 운동도 많이 했다. 당장 성과가 안나와 좌절도 했었지만, 꿋꿋이 하다보니 지금에서야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간을 돌려보면, 안성빈은 특별한 추억을 안고 있다. 서울 이문초 시절이다. '한국 여자축구의 대들보'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과 함께 공을 찼다. 이문초 2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지소연은 당시 남자 아이들과 함께 공을 차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지소연보다 2년 선배인 안성빈은 "소연이는 어렸지만, 남자 선수들 못지 않게 잘했다. 여자 선수라 합숙은 못했지만 '오빠'하면서 잘 따른 동생이었다"고 했다. 이어 "친구들이 소연이 앞에서 바지를 벗는 짖궂은 장난으로 소연이가 울었던 기억도 있다"며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그러면서 "간간이 연락을 주고 받지만, 이젠 소연이가 워낙 높은 위치에 있다"며 웃은 뒤 "나도 소연이처럼 월드클래스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