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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9318명(4월 27일·수원), 4만6549명(7월 12일·서울), 4만1297명(10월 5일·서울), 3만4029명(11월 9일·수원), 지난해 슈퍼매치의 흥행 성적표다. 평균 관중은 무려 3만7798명이었다.
2015년 첫 만남, 스토리가 더 풍성해졌다. '슈퍼매치의 사나이' 박주영(30·서울)이 K리그에 복귀했다. 슈퍼매치에서 1골-3도움을 기록 중인 염기훈(32·수원)은 절정의 감각을 자랑하고 있다.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차두리(35·서울)와 '킬러' 정대세(31·수원)의 얽히고 설킨 사연도 이채롭다.
열전을 뛰어넘어 혈전이 기다리고 있다. 수원은 서울이어서, 서울은 수원이어서 더 양보할 수 없다. 슈퍼매치의 첫 번째 스토리는 박주영과 염기훈, 차두리와 정대세의 라이벌 혈전이다.
"박주영이 해외로 나간 것은 내 입장에선 굉장히 좋은 일이다. 앓던 이가 빠진 느낌이었다." 차범근 감독이 수원의 지휘봉을 잡을 당시 토로한 '행복'이었다. 그가 돌아왔다. 박주영이 7년 만에 슈퍼매치 무대에 선다. 박주영은 수원에는 공포였다. '슈퍼매치의 사나이'는 무늬가 아니다. 그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9차례 출전해 5골을 기록했다.
유일한 역사도 품에 안고 있다. 2007년 3월 21일, 리그컵이었다. 박주영은 슈퍼매치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수원을 4대1로 무너뜨렸다. 4일 제주전에서 K리그 복귀전을 치른 박주영은 12일 인천, 15일 대전전에서 2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다. 인천전에서 페널티킥으로 복귀골을 터트린 그는 대전전에서 또 진화했다. 최전방에서 2선으로 이동해 좌우, 중앙으로 볼을 뿌리며 한층 위협적인 움직임을 선보였다. 슈팅 대신 감각적인 패스로 팀의 윤활유 역할을 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선발, 조커를 놓고 박주영의 활용방안을 고민 중이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박주영 몸상태가 썩 좋지 않아 크게 신경쓰고 있지 않다. 쉽게 생각할 것은 아니지만, 어느 팀이건 똑같이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박주영이 등장에 슈퍼매치가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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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기훈의 페이스가 무섭다. K리그에서 3골-3도움으로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5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슈퍼매치에서 염기훈의 활약 여부는 희비의 갈림길이다. 그의 발끝에서 볼이 놀면 수원은 늘 웃었다. 반면 부진하면 서울에게 농락당했다. 수원은 지난해 슈퍼매치에서 1승3패로 열세였다. '주장' 염기훈의 책임도 컸다. 올해 흐름은 또 다르다. 절정의 컨디션으로 슈퍼매치의 무대에 선다. 설욕을 꿈꾸고 있다.
염기훈은 혈전을 앞두고 "슈퍼매치는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 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동안 슈퍼매치에서 계속 이기다가 졌다. 대개 경기를 패하면 이튿날 훈련에서 선수들이 말이 없는데, 슈퍼매치 패배는 그런 모습이 더 오래 간다"며 "지난해 (패배)경험을 선수들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슈퍼매치에서 패하면 타격이 크고 길게 이어진다. 홈에서 갖는 첫 슈퍼매치인 만큼 주장인 나부터 솔선수범하겠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염기훈이 공격포인트 행진을 이어가면 수원은 한결 발걸음이 가벼울 수 있다. 서 감독은 "부담을 주기 싫어서 기대를 안하려 해도 기대를 하게 만든다. 나가는 경기마다 포인트를 해준다. 염기훈의 경험을 믿는다"며 웃었다. '북벌(北伐)'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청백적 완장을 차고 출격하는 염기훈은 수원의 중심이다.
슈퍼매치와 함께 시작한 차두리
차두리의 K리그 인생은 슈퍼매치와 함께 시작됐다. 2013년 해외 생활을 청산하고 K리그에 둥지를 틀었다. K리그 데뷔전이 슈퍼매치였다. 2013년 4월 14일이었다. 당초 최 감독은 차두리를 엔트리에서 제외할 예정이었다. 홈이 아닌 원정인 데다 무대가 무대인 만큼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수원의 힘에 맞서기 위해서는 차두리가 필요했다.
차두리가 서울에 둥지를 튼 후 슈퍼매치의 물줄기가 바뀌었다. 수원에 밀리던 서울은 2013년과 2014년 5승1무2패로 슈퍼매치를 지배했다. 에너지는 상상을 초월했다. 모두가 지쳤지만, 그의 체력은 기계였다. 지난해에는 도움도 기록했다.
최 감독은 슈퍼매치에 대비해 15일 대전전에서 차두리를 아꼈다.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차두리는 아직 K리그에서 골이 없다. 올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완전 은퇴하는 그는 "끝나기 전에 1골을 넣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최 감독은 즐거운 상상을 했다. "이번 슈퍼매치는 체력전이다. 두리가 미친 척하고 골을 넣을 수도 있다." 가능성은 13%로 잡았다가 취재진이 '너무 높은 것이 아니냐'고 하자 "그렇다면 5%"라고 수정했다. 슈퍼매치는 '차두리의 존'이다.
'2골' 정대세, '두리 형' 넘는다
정대세를 K리그로 인도한 '멘토'가 차두리다. 둘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선 형제 못지 않은 정을 나눴다. 2013년 약속이라도 한듯 K리그 무대에 나란히 섰다. 극과 극의 운명으로 엇갈렸다. K리그 최대의 앙숙이 됐다. 2013년 둘의 대결로 화제의 꽃이 만발했다. 그러나 첫 판은 다소 싱거웠다. 정대세가 대형사고를 쳤다. 전반 14분에 이어 전반 39분 잇따라 경고를 받아 퇴장당했다. 차두리는 웃었다. "대세에게 (퇴장 장면에 대해) 뭐한 것인지 물었다. 자기도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 대세가 퇴장당한 것은 사실 웃겼다. 그 나름대로의 즐거움이었다."
정대세는 2013년 슈퍼매치에서 2골을 터트리며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골이 없었다. 차두리의 존재감이 훨씬 컸다. 정대세는 올 시즌 특급 도우미로 변신했다. K리그에서 골은 없지만 2도움을 기록 중이다. 정대세는 최근 2경기 연속 선발에서 제외되며 체력을 아꼈다. 선발이든, 교체든 차두리 앞에서 올 시즌 K리그 데뷔골을 터트리겠다는 각오다.
그라운드에 백지가 놓여졌다. 휘슬이 울리면 그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명과 암은 공존한다. 슈퍼매치는 무지개색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