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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치러진 인천과 FC서울의 시즌 첫 '경인더비'에서 승자는 없었다.
승패를 떠나 박주영이 2562일 만에 K리그 복귀 골을 터뜨린 것만으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페널티킥 골이지만 올 시즌 K리그의 중흥에 불을 지필 것으로 기대되는 박주영의 가치를 생각하면 긍정신호임에 틀림없다.
인천도 긍정신호에서 밀리지 않았다. 현재 3무2패(승점 3)로 첫 승이 시급한 전력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올 시즌 5라운드 동안 12개 구단 중 유일하게 10명이 뛴 2경기를 치렀다. 지난달 22일 전북전에서는 권완규가 후반 25분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했고, 12일 서울전서는 조수철이 후반 26분 같은 이유로 수적 열세를 만들었다. 두 경기 상대 모두가 K리그 강호로 분류되는 팀이다. 그런 팀을 상대로 각각 0대0, 1대1 무승부를 유지했다.
어디 하나 유리할 게 없는 상황을 무릅쓰고 끈기있게 버틴 것이다. 선수들의 불같은 투혼이 없었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전북전이 끝난 뒤 주변에서 "인천은 비겼지만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왔을 때 고참 이천수는 이런 말을 했다. "같은 운동선수로서 똑같이 비겼는데 누구(인천)는 기분이 좋고, 누구(전북)는 기분이 좋지 못하다는 점 자체가 기분이 썩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이천수의 발언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인천 선수들은 자존심이 상했고, 그 만큼 이를 악물었다. 결국 이번 '경인더비'에서 위기에도 웬만해서 무너지지 않는 인천의 힘을 다시 보여준 셈이다.
인천이 발견한 또다른 긍정신호는 이천수다. '경인더비'에서 서울에 박주영이 있었다면 인천에는 이천수가 있었다.
이천수는 이날 78분을 뛰었다. 올 시즌 5경기에 교체 인-아웃으로 번갈아 뛰는 동안 가장 긴 시간을 소화했다. 이전 4경기서는 45분-38분-63분-45분으로 평균 48분을 뛰었다.
적지 않은 나이(34세)에 비해 출전시간은 물론 경기력에서도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는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전성기때 볼 수 있었던 특유의 돌파는 한결 활발해졌고, 골에 대한 욕심도 서서히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천수가 자신의 포인트보다 찬스를 제공하는 등 다른 쪽으로 기여하는 게 많다. 하지만 이제는 필드에서 더 욕심을 부렸으면 좋겠다"는 김도훈 감독의 바람에 부응하는 모습이다.
특히 후반 19분 페널티지역 왼쪽 사각에서 모두의 허를 찌르는 슈팅은 절묘했다. 비록 깻잎 한 장 차이로 골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이천수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첫 승에 목마른 인천이 '경인더비'에서 얻은 긍정신호를 업고 도약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