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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포 축구' 후계자들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 울산과 광주의 K리그 클래식 4라운드. 5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울산-광주전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금호고 출신인 기 회장은 현역 은퇴 후 1983년부터 2002년까지 금호고와 광양제철고의 감독을 역임했다. 금호고 감독 시절 키워낸 제자들이 윤 감독과 남 감독이다. 20여년이 흘러 제자들이 클래식 감독으로 부임하자 기 회장은 현장을 찾아 제자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남 감독이 이끄는 올시즌 광주의 경기는 모두 현장에서 관전했다. 또 '애제자' 윤 감독의 클래식 데뷔전(3월 8일 울산-서울전)을 찾아 응원을 했다. 제자 두 명이 대결을 펼친 클래식 4라운드는 더욱 특별했다.
울산을 찾은 기 회장은 "둘 중 한명을 응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광주 단장 발표가 났으면 당연히 남 감독을 응원해야 하지만, 공식 발표가 나지 않아서 공정하게 경기를 봤다"고 했다. 경기는 '선배 제자' 윤 감독의 승리로 끝이 났다. 경기를 마친 뒤 기 회장은 두 감독을 차례대로 만났고, 제자들을 각각 격려했다.
비록 광주가 패했지만, 단장의 눈으로 지켜본 광주 축구에서 희망도 찾았다. 그는 "울산 전력이 앞서 있는 게 사실이지만, 예상보다 광주가 울산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쳐서 깜짝 놀랐다. 단장으로 프런트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 회장의 제자 중 윤 감독과 남 감독 이외에 김태영 전남 코치(45)와 고종수 수원 코치(37)도 클래식 무대를 누비고 있다. 기 회장은 이제 광주의 단장으로 '지도자'가 된 제자들과 클래식에서 경쟁을 하게 됐다. 기대가 크다. 그는 "(고)종수가 알려진 것과 달리 고등학생때 내 속을 많이 썩이지는 않았다. 내가 강하게 지도했으니 그럴 수가 없었다. 종수가 얼마전에 전화해서 '코치가 되어보니 감독님이 무섭게 지도하셨던 당시의 심정을 알겠다'고 하더라"며 "제자들이 현장 지도자가 되어 기분이 좋다. 앞으로 더욱 발전해서 한국 축구를 이끌 지도자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제자들과 광주의 대결에 대해서는 "남 감독이 이길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운동장에서는 제자라도 승부욕을 발휘해야한다. 이기는 경기를 할 것"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기 회장은 '아들' 기성용의 든든한 지원도 받고 있다. 슈틸리케호의 '캡틴' 기성용이 광주의 홈경기를 찾기로 약속했단다. 그는 "성용이가 '열심히 하라'고 얘기하길래, '네가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성용이가 스완지시티의 시즌이 끝나면 광주에 와서 응원하겠다고 했다. 광주 팬들에게 인사할 기회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