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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영옥 광주 단장 "윤정환 고종수, 금호고 제자와 대결 기대된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5-04-08 16:14 | 최종수정 2015-04-09 07:39


기영옥 광주 신임 단장. 사진제공=광주FC

'니포 축구' 후계자들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 울산과 광주의 K리그 클래식 4라운드. 5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울산-광주전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관중석에서 윤정환 울산 감독(42)과 남기일 광주 감독(41)의 대결을 지켜보던 '스승' 기영옥 광주시축구협회장(58)이다. 5일은 광주 구단이 기 회장의 광주 단장 선임을 공식 발표하기 전(광주는 6일 단장 선임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이었다. 기 회장은, 광주 구단 관계자가 아닌 윤 감독과 남 감독의 스승으로 경기장을 찾았다. 감회가 새로웠다.

"그날은 기분이 정말로 좋더라. 제자들이 커서 K리그 클래식 감독을 하고, 서로 대결하는 것을 보니 '내가 행복한 지도자였구나'라는 걸 느꼈다." 7일 스포츠조선과 전화 인터뷰를 한 기 회장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욱 밝았다.

금호고 출신인 기 회장은 현역 은퇴 후 1983년부터 2002년까지 금호고와 광양제철고의 감독을 역임했다. 금호고 감독 시절 키워낸 제자들이 윤 감독과 남 감독이다. 20여년이 흘러 제자들이 클래식 감독으로 부임하자 기 회장은 현장을 찾아 제자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남 감독이 이끄는 올시즌 광주의 경기는 모두 현장에서 관전했다. 또 '애제자' 윤 감독의 클래식 데뷔전(3월 8일 울산-서울전)을 찾아 응원을 했다. 제자 두 명이 대결을 펼친 클래식 4라운드는 더욱 특별했다.

울산을 찾은 기 회장은 "둘 중 한명을 응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광주 단장 발표가 났으면 당연히 남 감독을 응원해야 하지만, 공식 발표가 나지 않아서 공정하게 경기를 봤다"고 했다. 경기는 '선배 제자' 윤 감독의 승리로 끝이 났다. 경기를 마친 뒤 기 회장은 두 감독을 차례대로 만났고, 제자들을 각각 격려했다.

두 감독의 현역 시절 플레이스타일과 감독으로 전술을 운영하는 것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기 회장은 "정환이는 머리 뒤에도 눈이 달렸던 영리한 축구 선수였다. 그런데 의외로 현역때와는 다른 스타일의 축구를 하고 있다. 수비를 두텁게 한 뒤 2선부터 빠르게 나가는 공격을 한다. 전진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일본에서 했던 비슷한 스타일인데 상당히 위협적이다"라고 했다. 이어 "기일이는 시야가 넓고 슈팅력이 좋았던 선수인데, 감독으로는 '니포 축구'를 그대로 하는 '패싱 축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록 광주가 패했지만, 단장의 눈으로 지켜본 광주 축구에서 희망도 찾았다. 그는 "울산 전력이 앞서 있는 게 사실이지만, 예상보다 광주가 울산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쳐서 깜짝 놀랐다. 단장으로 프런트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 회장의 제자 중 윤 감독과 남 감독 이외에 김태영 전남 코치(45)와 고종수 수원 코치(37)도 클래식 무대를 누비고 있다. 기 회장은 이제 광주의 단장으로 '지도자'가 된 제자들과 클래식에서 경쟁을 하게 됐다. 기대가 크다. 그는 "(고)종수가 알려진 것과 달리 고등학생때 내 속을 많이 썩이지는 않았다. 내가 강하게 지도했으니 그럴 수가 없었다. 종수가 얼마전에 전화해서 '코치가 되어보니 감독님이 무섭게 지도하셨던 당시의 심정을 알겠다'고 하더라"며 "제자들이 현장 지도자가 되어 기분이 좋다. 앞으로 더욱 발전해서 한국 축구를 이끌 지도자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제자들과 광주의 대결에 대해서는 "남 감독이 이길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운동장에서는 제자라도 승부욕을 발휘해야한다. 이기는 경기를 할 것"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기 회장은 '아들' 기성용의 든든한 지원도 받고 있다. 슈틸리케호의 '캡틴' 기성용이 광주의 홈경기를 찾기로 약속했단다. 그는 "성용이가 '열심히 하라'고 얘기하길래, '네가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성용이가 스완지시티의 시즌이 끝나면 광주에 와서 응원하겠다고 했다. 광주 팬들에게 인사할 기회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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