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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기성용' 조소현, 윤덕여호를 구하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4-08 17:52



'여자 기성용' 조소현(27·현대제철)은 강했다.

8일 오후 4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한국(FIFA랭킹 18위)과 러시아(FIFA랭킹 22위)의 여자축구 A매치 2차전, 전반 21분 조소현의 대포알 슈팅이 작렬했다.

이날 휘슬이 울리기가 무섭게 태극낭자들은 파상공세로 나섰다. 박은선-지소연 투톱이 나섰다. 지소연이 날선 패스를 찔러넣었고, 측면 공격수로 나선 정설빈이 3회 연속 결정적인 찬스를 맞았지만 잇달아 불발됐다. 골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마음이 급해졌다.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던 전반 21분, 중원을 지키던 플레이메이커 조소현이 작정하고 전방으로 쇄도했다. 상대의 틈을 놓치지 않았다. 러시아 미드필더 포즈디바의 볼을 뺏어내자마자 전광석화같은 오른발 슈팅을 쏘아올렸다. 아웃프런트로 자신있게 차올린 볼은 골키퍼의 손끝을 맞고 골망에 꽂혔다. '현대제철' 한솥밥 동료 정설빈이 달려와 조소현을 꼭 껴안았다. 실수를 만회해준 동료의 헌신과 골에 고마움을 표했다.

윤덕여호는 후반 5분 '지메시' 지소연의 추가골에 힘입어 2대0으로 완승했다. 지소연은 1차전 결승골에 이어, 2경기 연속골을 쏘아올리며 대체불가능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캡틴' 조소현은 멀티플레이어다. A매치 78경기에서 9골째를 터뜨린 조소현은 윤덕여 감독이 믿고 쓰는 전술의 핵이다. 킥, 패스 등 공격력과 함께 단단한 수비력을 갖춘 미드필더다. 스피드와 체력으로 상대를 부셔주는 역할도 서슴지 않는다. 때로는 더블 볼란치로, 때로는 싱글 볼란치로, 때로는 측면 수비수로 선다. 필요한 순간엔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장착, 해결사로 나선다. 남자대표팀 캡틴이자, 중원사령관, 골 넣는 '미들라이커'로 활약하는 기성용과 비슷하다. 기성용과 똑같이 좋아하는 선수 역시 '제라드'다. 조소현은 "그라운드에서 쿨하고 침착한 스타일, 영리하게 볼 차는 선수, 단단한 수비력을 지닌 선수가 좋다"고 했었다.

지난 5일 러시아와의 1차전 직후 조소현은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었다. 종료직전 지소연의 결승골에 힘입어 1대0으로 승리했지만 실수가 많았다. 조소현은 "17년만에 국내 A매치라는 사실에 선수들이 긴장을 해서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했다. 웜업전 행사도 처음이고, 이것저것 생소하다보니 긴장이 됐던 것 같다"고 했다. "2차전에선 더 좋은 경기력과 더 많은 득점으로 응원에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팬들이 오기 힘든 수요일 오후 경기에 대해서도 "앞으로도 A매치가 계속 열릴 수 있도록 단 한분의 관중이 오더라도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었다. 짜릿한 선제 결승골로 보란듯이 완승의 물꼬를 텄다.

캡틴 조소현의 별명은 '엘사'다. 지난해 긴머리를 은색으로 물들이며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인공으로 회자됐다. 이날 경기 시작 전, 그라운드엔 '겨울왕국' OST '렛잇고(Let it go)'가 울려퍼졌다.'캡틴 엘사'가 물 흐르듯 멋진 슈팅으로 화답했다. 6월 캐나다월드컵 첫승을 향한 A매치 2연전, 팬들 앞에서 대한민국 여자축구 에이스의 힘을 보여줬다.
대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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