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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인천전용구장에서 펼쳐진 여자축구 러시아와의 평가전, 후반 45분 시계가 멎었다. 90분 내내 경기를 지배했지만 기다렸던 한방을 터질 듯 터지지 않았다. 0-0 무승부가 굳혀지는 것같던 순간, '지메시' 지소연의 발끝이 빛났다. 17년만의 안방 A매치에서 한국이 러시아에 1대0으로 승리했다.
그라운드에 들어서자마자 지소연은 절실하게 달리고 또 달렸다. 날선 중거리포를 가동했다. 중원에서 경기를 조율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박스안으로 파고들며 골을 노렸다. 후반 45분, 이금민의 헤딩슈팅이 골대를 맞고 튀어나온 것을 여민지가 박스 중앙에서 이어받았다. 지소연이 여민지를 향해 다급하게 소리쳤다. 여민지와 지소연의 눈빛이 통했다. 여민지의 패스를 이어받은 지소연은 망설이지 않았다. 오른발로 통렬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2011년 3월 7일 키프러스컵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2대1 승리를 이끌었던 지소연-여민지 콤비가 결승골을 합작한 짜릿한 순간이었다. 경기후 만난 지소연은 후배 여민지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골 찬스에서 빈곳을 찾아 들어가며 애타게 민지를 불렀다. 민지가 그 좋은 패스를 해주지 않았다면 나도 골을 못 넣었을 것"이라며 웃었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컨디션을 묻는 질문에 "이영표 오빠를 경기전에 뵀다. 컨디션을 물어보셨다. '안좋으면 안좋아진다, 좋다고 생각하면 좋아진다'고 조언하셨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인천아시안게임, 런던에서 갓 입국한 지소연은 4강에서 북한에게 분패한 후 눈물을 쏟았었다. 잉글랜드 진출 첫해, 장거리 비행의 피로감과 시차 적응은 처음 겪는 일이었다. 6개월만의 A매치, 그녀는 달라졌다. 미리 준비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아시안게임에서 스스로에게 실망이 컸다. 이후 남자대표팀 친구, 선후배들에게 시차적응에 대한 조언을 많이 구했다"고 했다. "아직 시차에 완벽하게 적응한 것은 아니다. 비행기에선 최대한 많이 자려고 했고, 한국에 도착한 후에는 자면 안되겠다는 마음으로 버텼다"며 미소 지었다
그라운드에 들어서면서부터 골 욕심을 냈다. "욕심이 있었다. 상대가 지쳐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을 공략하겠다고 맘먹고 들어섰다. 20분밖에 못 뛰었지만 승리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기쁘다"며 웃었다. 8일 대전에서 펼쳐질 러시아와의 2차전, 진일보한 모습을 다짐했다. "오늘 이기긴 했지만, 패스 미스가 많았고, 선수들이 첫 A매치라 많이 긴장했다. 실수가 많았다. 리그만큼 보여주지 못했다. 2차전에서는 틀림없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6월 캐나다월드컵 전망을 묻는 질문에 패기 있는 한마디로 답했다. "첫 상대인 브라질은 러시아보다 훨씬 강한 나라다. 그렇지만 축구는 모르는 거니까!"
인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