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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만의 안방 A매치는 대한민국 여자축구대표팀(FIFA랭킹 18위)의 오랜 꿈이었다.
5일 오후 2시10분 인천전용구장, 여자축구의 숙원이었던 역사적인 첫 평가전, 러시아(FIFA랭킹 22위)와의 맞대결이 열렸다. 여자축구 팬들은 90분 내내 트럼펫을 불고, 대형 북을 치고, "오! 필승코리아"를 외치며 태극 여전사들을 뜨겁게 응원했다.
맏언니 김정미(31·현대제철)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공격라인에는 유영아(27·현대제철)와 여민지(22·스포츠토토) 정설빈(25·현대제철) 강유미(24·화천KSPO)가, 중원에는 베테랑 권하늘(27·부산 상무) 캡틴 조소현(27·현대제철)이 선다. 이은미(27) 황보람(28·이상 이천 대교) 김도연(27·현대제철) 송수란(25·스포츠토토)이 포백라인에 나란히 선다. 윤 감독은 박은선(29·로시얀카)과 지소연 투톱라인을 아꼈다. 시차 적응과 컨디션을 감안해 윤 감독은 지소연을 일단 벤치에 앉혔다.
윤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공세를 강화했다. 4-1-4-1로 포메이션을 바꿨다. 플레이메이커 조소현을 포백라인 앞에 세우고, 권하늘을 2선으로 올렸다. 전반 발목 통증을 호소한 정설빈 대신 박희영을 투입했다. 여민지가 측면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며 활로를 모색했다. 후반 14분 윤 감독은 유영아를 빼고 1994년생 막내 공격수 이금민을 투입했다. 후반 15분 이금민의 전진패스를 이어받은 박희영의 왼발 슈팅이 손에 걸렸다. 후반 28분 이금민이 또 한번의 결정적인 찬스를 맞았다. 전진패스에 이은 단독쇄도, 작정하고 밀어넣은 슈팅이 골대 오른쪽으로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90분 내내 경기를 지배했지만, 한방이 부족했다. 윤 감독은 비장의 한수를 빼들었다. 후반 29분 아껴뒀던 '지메시'를 투입했다. A매치 71경기, 36골 최다골에 빛나는 '지메시' 지소연이 72번째 A매치에 나섰다. 관중석에서 기대에 찬, 뜨거운 환호성이 쏟아졌다. 지소연은 그라운드에 들어서자마자 투지 넘치는 모습을 선보였다. 전날 10시간 장거리 비행의 흔적과 피로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에이스의 투입 직후, 그라운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후반 31분 지소연이 문전 중앙에서 날린 초강력 중거리슈팅이 크로스바를 살짝 넘겼다. 후반 41분 지소연이 박스 왼쪽에서 골대쪽으로 쇄도하는 이금민을 향해 건넨 패스가 아깝게 발끝에 닿지 못했다. 그러나 지소연은 포기하지 않았다. 17년만의 A매치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했다. 후반 45분, 경기 종료 직전 기어이 버저비터 골을 터뜨렸다. 이금민의 헤딩슈팅이 골대를 맞고 튀어나온 것을 여민지가 박스 왼쪽에서 이어받았다. 여민지가 지소연을 향해 날카로운 패스를 건넸다. 승부사 지소연은 원샷원킬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오른발로 통렬한 슈팅을 밀어넣은 후 펄쩍 뛰어오르며 환호했다 . 무릎을 꿇고 감사기도를 올렸다.
지난 2011년 3월 7일 키프러스컵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2대1 승리를 이끌었던 지소연-여민지 콤비가 결승골을 합작했다. 지지 않는 투혼의 정신력,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힘을 보여줬다.
인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