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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경기다. 반드시 (차)두리형에게 뉴질랜드전 승리를 선물하겠다."
전반 38분 한교원이 얻어낸 페널티킥의 시작점도 기성용이었다. 기성용이 센터서클 정면에서 길게 넘겨준 패스를 한교원이 잡아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맞았다.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에서 뉴질랜드 골키퍼의 태클에 한교원이 넘어지자 주심이 곧바로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손흥민의 슛이 골키퍼 선방에 막히면서 땅을 쳤다. 후반에도 기성용의 활약은 계속됐다. 중원에서 날카로운 패스로 공격의 활로를 뚫었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공격작업에 가담했다. 후반 34분 기성용은 거침없이 쇄도하며 전매특허인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왼쪽 골대를 아쉽게 빗나갔다. 서울월드컵 경기장을 가득 메운 선수들이 "기성용!"을 연호했다. 중원과 최전방을 오가는 캡틴의 투혼과 분전은 태극전사들에게 뜨거운 승리의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기성용에게는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경기였다. 기성용과 차두리는 말이 필요없는 막역한 사이다. 스코틀랜드 셀틱 시절 형제의 연을 나눴다. 기성용은 2009년 12월 서울에서 셀틱으로 이적했고, 차두리가 2010년 7월 셀틱 유니폼을 입었다. '기차 듀오'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둘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가족보다 진한 형제애를 쌓았다. 2012년 7월까지 함께 스코틀랜드에서 2년간 동고동락했다. 기성용은 차두리를 향해 "공보다 빠른 선수"라는 찬사를 보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반 42분 차두리를 김창수와 교체했다. 차두리가 기성용에게 캡틴 완장을 물려줬다. '기차 듀오'가 서로를 꼭 껴안았다. 아름다운 이별의 순간이었다.
상암=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