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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감독이 약속만 지키면 된다." 최강희 전북 감독이 '돌직구'에 최용수 서울 감독은 "지겹다. 이제 3류 멘트는 그만했으면 한다"며 비아냥거렸다.
'절대 1강'은 무늬가 아니었다. 전북이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라운드에서 서울을 2대1로 물리쳤다. 개막전에서 성남을 물리친 전북은 2전 전승을 거뒀다. 반면 서울은 울산전에 이어 2연패의 늪에 빠졌다. 최강희 감독은 지난 시즌 마지막 만남에서 서울전 7경기 연속 무승(5무2패) 사슬을 끓었다. "기쁨은 3배였다"고 했다. 서울전 2연승을 달리며 천적관계를 완벽하게 청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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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이 열렸다. 서울의 수비축구는 없었다. 측면을 장악하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전북은 에두가 원톱에 포진한 가운데 좌우 날개에 이승현과 한교원을 배치시켰다. 에닝요는 중앙에 섰다. 전북답지 못했다. 둔탁한 축구가 이어졌다.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했다. 전반을 득점없이 비긴 것이 다행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후반 일찌감치 승부수를 띄웠다. 후반 14분 이승현과 한교원 대신 이동국과 레오나르도를 동반 출격시켰다. 에두, 에닝요와 함께 전북의 'F4'가 처음으로 호흡했다. 최강희 감독은 "우승을 위해서는 이들이 50골 이상은 합작해야 된다.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F4의 위력은 무서웠다. 진용의 힘이 느껴졌다. 레오나르도의 활약이 예술이었다. 릴레이 골이 그의 발끝에서 모두 시작됐다. 후반 18분 선제골은 레오나르도의 중거리 슈팅이 서울 수비수 맞고 굴절돼 에두의 발끝에 걸렸다. 에두가 K리그 2경기 연속 축포(3골)로 골문을 열었다. 후반 25분에는 레오나르도의 거침없는 폭풍질주로 서울 수비라인을 뒤흔들었다. 그의 패스를 받은 에닝요가 결승골로 화답했다. 이동국도 예열을 마친 것도 수확이다. "전반에는 밸런스 부분 특히 양쪽 사이드의 공격 전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실점은 안했지만 위험한 장면을 만들었다. 생각한 것 이상 전체적으로 안 좋아 빠른 시간에 교체카드를 꺼내들었다. 교체를 하면서 무게 중심이 공격에 간 것이 승인이었다." 최강희 감독의 입가는 미소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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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감독은 4-4-2로 첫 문을 열었다. '투고' 고광민과 고요한이 올시즌 처음으로 선발 출격했다. 좌우 날개에 섰다. 좌우 윙백인 김치우 차두리와 공존하며 측면을 지배했다. "박진감 넘치는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이라는 최 감독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1라운드 울산전의 답답한 흐름은 없었다. 전반 경기력에서 전북에 앞섰다. 그러나 윤일록 고요한 오스마르의 슈팅이 골로 연결되지 못한 것이 한이었다.
그 시간이 찾아왔다. 이동국과 레오나르도가 투입되자 최용수 감독도 준비한 '회심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후반 16분 김치우를 빼고 신인 김원균을 투입했다. 이웅희 김진규 김원균이 스리백을 형성했다. 그러나 운도 따르지 않았다. 전열을 재정비도 하기 전에 에두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최용수 감독은 "전반전부터 준비한 대로 했다. 하지만 굴절된 볼이 에두의 발밑에 들어가는 조그만한 차이에서 승패가 갈렸다"며 아쉬워했다.
후반 34분 김현성이 만회골을 터트렸다. 그러나 더 이상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경기 종료 직전 전북 최철순이 경고 2회로 퇴장당했지만 수적 우세를 누릴 시간은 부족했다. 최용수 감독은 "리그 초반이다. 시간을 갖고 기다려주시면 홈팬들에게 더 좋은 경기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을 얘기했다.
승패를 떠나 두 감독의 지략대결은 백미였다. 후회없는 승부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