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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5일이었다.
비사(秘史)가 있다. 박주영의 재영입은 1년 간의 줄다리기 끝에 맺은 열매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삼고초려'로 박주영의 마음을 돌렸다. 최 감독이 박주영의 재영입을 위해 공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였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앞둔 박주영은 셀타비고(스페인)에서의 임대 생활을 마치고 2013~2014시즌 아스널(잉글랜드)에 복귀했다. 그러나 아스널에서 박주영이 뛸 자리는 없었다. 리그컵 1경기 출전에 불과했다.
최 감독은 2013시즌을 끝으로 데얀이 이적하면서 새로운 스트라이커가 필요했다. 박주영을 위해서도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K리그에서 다시 활약하면서 브라질월드컵을 준비하는 것이 박주영은 물론 A대표팀, 서울 모두 '윈-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박주영의 유턴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는 왓포드(잉글랜드 2부 리그) 임대를 선택했다.
당시 박주영은 브라질월드컵 후 두 달 가까이 서울 선수들과 함께 훈련했다. 그러나 그는 월드컵 기간 중 쏟아진 '비난의 화살'을 부담스러워했다. 최 감독에게 국내 복귀는 시기상조라며 해외에서 더 뛰고 싶다는 뜻을 전하며 또 다시 무산됐다. 박주영은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알 샤밥으로 이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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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감독은 박주영의 방황을 늘 안타까워했다. 그는 "박주영이 잘못된 선택으로 여러 팀을 옮겨 다니면서 스스로 존재감이 위축됐다. 그래도 그는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 중의 한 명이다. 국내 팬들에게 많은 기쁨을 줬다"며 "꺼져가는 젊은 친구의 열정을 되살려 주고 싶었다. 자심감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박주영과 통화하면서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봤다. 박주영은 명예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축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팬에게 보여줄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은 박주영을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활용할 계획이다. 때론 원톱, 때론 정조국과 함께 투톱으로 기용해 골결정력을 극대화 한다는 복안이다. 최 감독은 "그동안 개인훈련을 했지만 팀 훈련을 하지 못해 감각이 떨어져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 기동력도 예전 같지 않을 것이지만 골 감각이 워낙 뛰어난 선수라서 금세 경기 감각을 찾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주영이 복귀하면서 올 시즌 K리그 판도 또한 새롭게 짜여질 것으로 보인다. 박주영은 축구인생 제2도약의 기회로 삼고, 초심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최 감독은 강력한 공격 옵션을 얻었고, 박주영은 명예회복의 기회다. 최 감독은 박주영을 영입하며 비로소 '서울의 봄'을 꿈꾸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