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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만 하다 끝났다.
외신 기자들의 시선은 온통 이날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에 동석한 '캡틴' 기성용(26·스완지시티)에게 쏠렸다.
상대적으로 슈틸리케 감독은 호주전을 앞둔 소감과 국내 취재진의 질문, 반세기가 넘도록 아시안컵을 우승하지 못한 부담감 극복에 대한 질문만 받고 30분을 멍하니 자리만 지켰다.
외신 기자들의 질문이 국내 취재진의 궁금증을 풀어줬다면 괜찮다. 그러나 뜬금없는 질문이 이어졌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슈틸리케호를 누구보다 잘 아는 취재진은 국내 취재진이다. 경기 전날은 훈련도 초반 15분밖에 공개되지 않고, 취재진이 궁금증을 풀 수 있는 기회는 기자회견이 전부다. 그러나 질문 기회를 박탈당하다시피한 국내 취재진들은 전혀 궁금증을 해소할 수 없었다.
시드니는 5개의 개최 도시 중 본부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러나 기자회견 진행 수준은 소도시인 캔버라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캔버라에선 유럽축구연맹(UEFA)에서 아시안컵을 위해 파견된 라트비아 출신 마틴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한 마디로 깔끔했다. 국내 취재진과 외신 기자들에게 균등하게 질문 기회를 제공했다. 기자들과 눈을 일일이 맞추면서 향후 5~6명의 질문자를 외워 질문 기회를 부여할 정도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졸지에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시드니(호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