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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컵]골도 넣고, 안정도 찾은 무실점의 일등공신 곽태휘-김영권 조합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1-26 20:55 | 최종수정 2015-01-27 06:18


지난 17일 호주아시안컵 조별예선 최종전 호주전 전날 기자회견, 중앙수비 조합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매 경기 바뀌는 중앙수비 조합에 대한 비판이었다. 좀처럼 낯을 붉히지 않던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감독이 발끈했다. "곽태휘는 첫 경기전에 부상을 당했고 김주영은 쿠웨이트전을 앞두고 몸살이 있어 뛰기 어려웠다. 정상 컨디션이 아닌 선수를 기용하란 말인가?"

김주영 장현수 곽태휘 김영권 등 센터백 자원들의 예기치 않은 부상, 몸살, 경고주의보 속에 수비 조합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김주영-장현수(오만), 장현수-김영권(쿠웨이트), 김영권-곽태휘(호주)가 차례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조1위 결정전인 호주전 이후 슈틸리케 감독은 해법을 찾아냈다. 이후 3경기에서 곽태휘-김영권 신구 조합을 중용하며 믿음을 드러냈다.

34세의 헌신적인 맏형, '백전노장' 골넣는 수비수 곽태휘와 런던올림픽, 브라질월드컵 등 큰 무대를 두루 경험한 '후배' 김영권이 발을 맞췄다. 경험과 패기, 희생과 팀스피릿으로 똘똘 뭉친 센터백 라인은 슈틸리케호의 명운이 걸린 4강, 8강전에서 3경기 연속 선발로 나서 대한민국의 무실점 결승행을 지켜냈다.

22일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 '맨오브더 매치(MOM)'는 곽태휘였다. 우즈베키스탄의 날선 슈팅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공중볼을 장악했고, 세트피스에서는 어김없이 솟아올라 골을 노렸다.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진 연장 전후반 후배들의 어깨를 다독이고, 소리쳐 독려하는 것도 맏형의 몫이었다. 호주아시안컵 홈페이지는 4강 진출국이 결정된 직후 '조국을 4강에 올린 4명의 히어로'라는 제하의 동영상에 곽태휘의 활약상을 담아냈다.

26일 시드니의 호주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4강전, 중앙수비 콤비의 호흡은 물이 올랐다. 수비는 한층 안정됐고, 공격에서까지 빛을 발했다. 1-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5분 김영권의 날선 왼발이 번쩍 빛났다. 이정협의 가슴팍 패스를 이어받아 지체없이 왼발슛으로 연결했다. 상대 수비수의 몸에 맞고 굴절된 볼은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대한민국의 결승행을 자축하는 쐐기골이었다.

수비수는 칭찬보다 비난받는 자리다. 김영권은 호주전 직후 인터뷰에서 "어떤 조합이 나서더라도 무실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라운드에 나서 재밌게 플레이하고 나를 더 보여주고 싶다"고 패기만만하게 말했었다. 골넣는 수비수의 면모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곽태휘는 "하고자하는 마음이 모아졌다. 단판 승부다. 위험한 상황을 이겨냈고, 무실점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수없는 비난, 수없는 공세를 묵묵히 버티며 무실점 5연승을 지켜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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