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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회의 슈틸리케호 IN&OUT]김주영 삭발 폭소, 슈틸리케 "두리 둘"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5-01-21 06:10


◇김주영이 20일(한국시각) 호주 멜버른의 레이크사이드스타디움에서 진행된 A대표팀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그라운드에 들어서고 있다. 멜버른(호주)=김진회 기자

슈틸리케호의 분위기가 한층 밝아진 느낌입니다. 호주전 승리로 경기력 비난에서 벗어난 영향이 크겠죠.

태극전사들은 19일(이하 한국시각) 푹 쉬었습니다.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1분 1초가 아까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후한 인심을 베풀었죠. 조별리그를 치르면서 녹초가 된 태극전사들의 심신 회복을 위해 10시간의 특별 휴가를 줬습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을 위해 잠깐 외출했다가 복귀했다고 합니다.

20일 오전에는 폭소 사건이 있었습니다. 대표팀에 환한 웃음꽃이 피어났습니다. 수비수 김주영(27·상하이 둥야) 때문이었습니다. 하루 밤 사이 헤어 스타일이 180도 변해 있었습니다. 머리카락이 한 올도 남지 않았습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삭발을 한 거죠. 김주영의 민머리를 본 선수들과 대표팀 관계자들은 폭소를 멈추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국어를 못하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두리 둘, 두리 둘"이라고 했다네요. 민머리의 대명사인 차두리(35·서울)가 두 명이란 뜻이었겠죠. 김주영은 차두리와 방을 같이 쓰는데요. 차두리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겠죠. 대표팀 고위관계자가 차두리에게 김주영에게 삭발 압력을 넣은 것이 아니냐고 농을 던지자 "아니에요"라며 손사래를 쳤다네요. 이날 공식 훈련을 소화하기 위해 호주 멜버른의 레이크사이드 스타디움에 도착한 김주영은 자신도 민망했나 봅니다. 기자가 사진을 찍으려하자 손으로 얼굴을 가리더라구요. 김주영의 헤어스타일은 훈련장에서도 화제였습니다. 동료들도 훈련 중간 쉬는 시간에 김주영의 민머리를 만지면서 "느낌이 어떠냐"며 웃음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김주영은 왜 삭발을 한 것일까요. 강한 정신력의 발로로 보여집니다. 김주영은 10일 오만전 이후 발등 부상을 했습니다. 발이 퉁퉁 부어올랐죠. 그래도 13일 쿠웨이트전에 뛰겠다고 떼를 썼다고 하네요. 김주영은 조별리그 2, 3차전에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이젠 부상에서 100% 회복됐다고 하는데요. 뛰고 싶은 열망이 삭발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슈틸리케 감독에게는 '시위용'이 아닐까요.

슈틸리케호는 은근 '삭발 효과'도 기대하고 있는 눈치입니다. 한국의 전력을 분석할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이 차두리가 누구인지, 김주영이 누구인지 헷갈리게 하는 전략이 자연스럽게 마련된 것이죠. 대표팀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 김주영의 '삭발 투혼'을 기대해 봅니다.

멜버른(호주)=스포츠2팀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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