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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컵]이청용 조용한 귀국, 몸과 마음의 상처가 컸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5-01-14 19:07



상심이 컸다. 동료들과 함께 2015년 호주아시안컵 여정을 함께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컸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예기치 않은 부상에 몸도 마음도 아팠다. 평소와 달랐다. 항상 당당했던 모습을 뒤로한 채 극비리에 공항을 빠져 나갔다.

다리 부상으로 아시안컵 전열에서 이탈한 이청용(27·볼턴)이 14일 중도 귀국했다. 10일 오만과의 호주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부상을 한 이후 4일 만이다. 그러나 이청용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가 탑승한 시드니발 항공기가 14일 오후 5시에 인천 공항에 착륙했다. 이 비행편의 정해진 출구는 게이트 C다. 게이트 앞에서 오후 5시부터 취재, 방송, 카메라를 포함한 30여명의 취재진이 이청용을 기다렸다. 착륙 이후 90분이 지난 6시 30분까지도 이청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가 확인한 결과, 이청용은 이미 오후 5시 40분경 지인을 만나 공항을 빠져 나갔다. 공항 직원의 목격담에 따르면 이청용이 이용한 게이트는 F였다.

평소와는 달랐다. 이청용은 대표팀 선수들 중에서도 유독 미디어와 가깝다. 영국에서 귀국을 해도 장거리 비행의 피로를 무릎쓰고 항상 인터뷰를 마다하지 않는다. 얼굴에서는 미소가 항상 흐른다. 대표팀이 부진할 경우 팀을 향한 직언도 서슴지 않는다. '미스터 쓴소리'란 별명도 있다. 그러나 이날 만큼은 그도 취재진을 피했다. 게이트 C와 F의 거리는 성인 남자의 발걸음으로 10여분 거리. 발 부상에도 이청용은 '돌아가기'를 택했다. 무거운 마음 때문이다. 부상과 더불어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이 가득했다. 부상으로 인해 중도에 낙마한 현실, 그리고 정상 탈환을 위해 함께 땀 흘렸지만 아시안컵 여정을 완주하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이 동반됐다.

이청용의 극비리 귀가는 어느정도 예상이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캔버라에서 시드니로 향할때도 현지 취재진들의 인터뷰 요청이 있었다. 하지만 평소답지 않게 이청용 선수가 '모든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며 협조를 부탁했다. '한국에 도착한 이후 공항 인터뷰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취재진 역시 게이트 C 주변의 게이트로 향해 이청용을 기다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이청용은 조용히 공항을 빠져 나갔다. 평소 이청용의 귀국 혹은 출국마다 공항에 마중을 나오는 부친 이장근씨는 스포츠조선과의 전화 통화에서 "오늘은 공항에 나가고 싶지 않았다. 청용이가 아는 지인과 함께 집으로 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청용의 귀국과 동시에 이청용의 두 번째 아시안컵이 아쉽게 마무리됐다.

한편, 이청용의 중도 하차로 슈틸리케 감독에게 이청용의 대체자를 선택해야 하는 새 과제가 생겼다. 호주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을 비롯해 아시안컵 정상 도전의 길목인 8강 이후의 토너먼트에서 활실한 측면 자원을 찾아야 한다. 이청용의 빈자리를 채울 후보는 쿠웨이트전에서 오른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격했던 남태희(레퀴야)가 유력하다. 조영철(카타르SC)과 한교원(전북)도 대체 후보로 꼽힌다.


인천공항=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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