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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의 눈빛이 달라졌다.
'오기'도 발동했다. 55년 동안 아시안컵에서 우승하지 못했던 것이 자존심을 긁었다. 기성용은 "55년간 우승하지 못한 것은 치욕적이다. 8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한 팀이 아시안컵에서 55년간 우승하지 못한 것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또 "월드컵 이후 자신감이 떨어졌다. 그러나 아시안컵에서 우승 팀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우리는 아시아 최강이다. 100% 실력을 발휘해서 우승할 것이다. 오만전을 이기면 부담감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성용은 소속팀 일정을 소화한 뒤 가장 늦게 대표팀에 합류했다. 4일 사우디와의 평가전에도 나서지 못했다. 20시간의 비행과 11시간의 시차는 기성용에게 큰 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간 쌓은 노하우로 대표팀에 힘을 불어넣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호주에 온지 일주일이 안됐다. 영국에 있을 때 최고의 컨디션일 때만큼의 몸 상태는 당연히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대표팀을 많이 오가면서 시차적응 문제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같이 중요한 순간에 경기장에서 100% 몸이 아닐 때 경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준비해왔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결전까지 하루가 남았다. 기성용은 첫 상대 오만의 전력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기성용은 "아시아축구는 지금 10년 전보다 전력차가 많이 줄었다. 매 경기가 치열할 경기될 것이다. 오만전은 우리에게 중요한 경기"라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그는 "그 동안 아시안 팀과 경기를 했을 때 밀집수비와 역습에 고전했다. 내일은 오만이 밀집수비로 나올지, 공격적으로 나올지 모르겠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님이 말씀하셨듯이 우리가 어떻게 준비해서 어떤 경기를 펼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밀집수비에 대한 해법은 서두르지 않고 경기를 컨트롤하면서 공간이 열렸을 때 타이밍을 잡아 공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공격수들에 대한 믿음도 숨기지 않았다. 기성용은 "공격수들이 경기를 바꿔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능력도 가지고 있다. 개인기에 의존하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그런 능력도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캔버라(호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