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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빅4 감독에게 묻는다]③황선홍 포항 감독 "'닥공' 버금가는 공격축구"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5-01-01 07:57



지난 두 시즌 동안 외국인 선수 없이 스쿼드를 꾸렸다.

'쇄국', '황선대원군(조선시대 쇄국정책을 고수한 흥선대원군에 비유)'이란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그러나 황선홍 포항 감독(46)은 '쇄국'이란 단어를 싫어한다. 스스로 문을 닫은 게 아니다. 넉넉하지 않은 재정과 젊은 피 육성을 바라는 구단의 사정을 이해한 것일 뿐이었다. 자신의 축구 철학과 맞지 않았다. "기술이 좋은 외국인 선수들이 있어야 축구가 발전한다"는 것이 황 감독의 생각이다.

그래도 2013년에는 구름 위를 걸었다.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한 시즌에 K리그 클래식과 FA컵 우승 트로피에 모두 입을 맞췄다. 하지만 1년 사이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2014년, 손에 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시즌 최종전에서 순위가 뒤집혔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이 좌절됐다. 황 감독은 "운도 실력"이라며 애써 웃음을 보였다.

실망보다 기대가 큰 2015년이다. 쇄국의 틀을 깼다. 자신의 축구를 한층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됐다. 지난 4년간 포항을 K리그 명문 반열에 올려놓은 황 감독이 그리는 새 시즌은 어떤 모습일까.

'닥공' 버금가는 공격력

내년엔 외국인 카드를 꺼내 든다. 이미 9월 크리스탈 팰리스와 볼턴 원더러스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출신인 안드레 모리츠(28·브라질)와 계약하면서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던 황 감독은 세르비아 출신 원톱 공격수 라자르 베셀리노비치(28)도 영입했다. 기량도 기량이지만, 팀 융화력을 꼼꼼하게 따졌다. 황 감독은 "우리는 2년간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유지했지만, 이제는 변화와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황 감독이 추구하는 변화의 진원지는 '공격'이다. 지난 시즌 골득실에서 뒤져 ACL행 티켓을 눈앞에서 놓친 한풀이라도 하 듯 외국인 선수들도 공격수들만 뽑았다. 황 감독은 "(이)명주가 팀을 떠난 뒤 템포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또 공격수의 줄부상으로 안정감을 가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황 감독의 자신감은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하다. 전북의 '닥공(닥치고 공격)'에 뒤지지 않는 '스틸타카'를 보여주겠단다. 황 감독은 "전북과 대등한 공격력을 새 시즌 보여줄 것"이라며 "외국인 선수들의 빠른 적응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포항만의 색깔 찾기

황 감독의 2015년 키워드는 색깔 찾기다. 황 감독은 "공격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선수가 없다고 얘기하는 건 핑계일 뿐이었다. 위기를 전술로 만회하려고 했다. 오히려 선수들에게 혼란을 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우리 본연의 색을 잃어버렸다"고 설명했다. 위기의 순간에서 변형 제로톱과 스리백이란 고육지책으로 버티고 버텼다. 황 감독은 "이 부분은 성적으로 직결됐고, 시즌이 후반으로 흐를수록 결과가 좋지 않았다. 내가 선택했고, 선수들은 내 주문을 따랐을 뿐이다. 후회는 없다"고 했다. 황 감독이 원하는 것은 '콤팩트 축구'다. 여기에 세밀함과 스피드가 가미돼야 황 감독이 꿈꾸는 축구가 완성될 수 있다. 결국 황 감독의 축구 이면에는 팬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내가 바라는 건 현실과 상황에 맞는 선수로 전력을 극대화해 팬들께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라톤 전략

황 감독은 내년 시즌 느리게 걷기를 택했다. 사실 2014시즌 전반기까지 1위를 질주했다. 이후 8~9월 2위를 유지하다 10월 3위로 내려앉았고, 결국 4위로 시즌을 마쳤다. 여러 변수에 사로잡혔다. 이명주의 중동행, 김승대와 손준호의 인천아시안게임 차출 등 강한 뒷심을 발휘하는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황 감독은 "장기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다. K리그보다 ACL에 더 초점을 맞췄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K리그에 지장을 받았다"며 "순위 싸움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할 때 명주 승대 준호가 없다보니 검증 안 된 신인들로 모험을 강행했다. 팀 전체에 과부하가 걸렸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새 시즌에는 마라톤 전략을 내놓았다. 황 감독은 "후반기에는 1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다. 새 시즌에는 선두와 승점차가 벌어지지 않는 2~3위권을 유지하다 막판에 치고 나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난 시즌보다 덜 피곤할 것 같다"며 웃었다.

'황선홍의 황태자'는 누구?

황 감독은 2011년 포항 사령탑에 부임하면서 구단과 약속한 게 있다. 절반 이상의 유스 출신 선수들로 선수단을 채우는 것. 잘 지켜지고 있다. 국내 최고의 유스 시스템 속에서 포항의 미래들이 프로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생존의 룰을 지켜 포항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가자는 게 황 감독의 생각이다. 젊은 선수를 잘 발굴해 좋은 서수로 만들어야 한다는 구단의 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 내년 시즌 황 감독이 기대하는 선수들도 유스 출신이다. 공격수 이광혁과 미드필더 손준호다. 1995년생인 이광혁은 지난 시즌 프로에 데뷔했다. 1m69의 작은 키지만, 뛰어난 축구센스와 지능적인 플레이, 총알같은 스피드로 K리그 9경기에 출전했다. ACL 무대에서도 신인답지 않은 플레이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꾸준히 경험을 쌓던 이광혁은 9월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재활에 몰두했다. 이제 그라운드 복귀를 앞두고 있다. 손준호는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이다. 황 감독은 "포항 유스 출신의 젊은 선수들이 아직 절반도 채우지 못한 내 축구를 발전시켜줄 것이다. 내가 추구하는 축구는 시간이 지나면 분명 발전한다"며 힘주어 말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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