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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빅4 감독에게 묻는다]②서정원 수원 감독 "수원의 접힌 날개를 펴겠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12-30 17:18 | 최종수정 2014-12-31 08:34



"2014년, 중위권이라는 평가에 자존심이 상했다. 이제 우리를 쉽게 보지 못할 것이다."

'명가' 수원 삼성이 부활의 날개짓을 시작했다. 2014년 K리그 클래식 준우승이 부활의 서막이다. 수원은 가슴에 새긴 4개의 별(K리그 우승), 두 번의 아시아클럽챔피언십(아시아챔피언스리그의 전신) 우승, FA컵 3회 우승 등 K리그를 대표하는 명문이자 최고 인기구단이다. 올 시즌 준우승은 초라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5년은 '명문'의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는 행보였다. 어두운 과거를 감안하면 올해 준우승은 새 시작을 알리는 희망의 신호임이 분명했다.

6년만에 찾아온 서광이었다. 수원은 2009년부터 '10위→7위→4위→4위→5위'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암흑기였다. 설상가상, 2013년부터는 처음으로 예산이 축소됐다. 예전의 화려함은 옛 명성과 함께 사라졌다.

수원은 적응하기 힘들 것 같던 새 패러다임과 함께 변화의 출발선에 섰다. 2012년 12월, 수원의 제4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레전드' 출신의 서정원 감독(45)의 손에 '리빌딩'의 숙명이 쥐어졌다. 뒤바뀐 현실에 좌절하기를 수 차례, 그 속에서 돌파구를 찾고 인고의 시간을 보낸 끝에 서 감독은 부임 후 2년만에 수원을 다시 정상궤도에 올려 놓는데 성공했다. 변화가 만들어낸 결실을 확인했다. 2015년 수원의 완벽한 부활을 꿈꾸기 시작했다.

29일 경기도 화성 클럽하우스에서 첫 훈련을 마친 서 감독은 확신에 찬 수원의 미래를 상세히 설명했다.

푸른 날개를 다시 펴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6시즌 동안 수원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서 감독은 예전 모습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 때는 감독님이 (선수를) 찍으면 구단에서 사왔다. 그리고 우승을 했다. FA컵은 준결승 이전에는 베스트들이 나서지도 않았다." 한 때 '레알 수원'으로 불릴만큼 초호화 스쿼드를 자랑했던 시절이다. 서 감독은 그 중심에서 수원의 두 차례 리그 우승(1999년, 2004년)을 이끌었다.

그러나 2013년 서 감독이 직면한 수원의 현실은 달랐다. 모기업이었던 삼성(2014년 제일기획으로 모기업이 바뀜)이 '경영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지원을 줄였다. 2013년 수원은 선수 영입이 아닌 유스 활용으로 구단 운영 방향을 설정했고, 몸집 줄이기가 불가피했다.


초보 사령탑이었던 서 감독은 첫 시작부터 변화의 중심에 서게 됐다. "왜 하필 내가 감독일 때 이런 일이 생겼나 싶어 당혹스럽기도 했다." 서 감독은 현실을 외면하고 싶었다. 고민 끝에 돌파구를 찾았다. '도전'이었다.

"나를 실험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겼다. 힘들 때 이 팀을 바꿔보는 게 감독 인생의 첫 테스트라고 생각했다. 지도자로 출발해 밑바닥부터 경험하게 해주는 행운일 수 있다고 위안 삼았다."

선수들이 수원에 입단하면 무기력해지고 동기 부여를 잃게 되는 '수원병'을 깨는 것이 첫 과제였다. 서 감독은 "밖에서 수원을 봤을 때 '모레알 조직력'과 '수원병'이 팽배했다. 안에 직접 들어와보니 실제로 그랬다. 바꿔보고 싶어서 선수들에게 수원의 과거와 상황을 모두 설명했다. '바깥의 시선을 우리가 바꿔보자'며 진심으로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감독이 아닌 선수의 입장으로 선수들을 대하니 교감이 이뤄졌다. "선수 시절 다양한 경험을 하며 깨달은 것이 '선수를 먼저 생각하자'였다. 선수가 처한 상황을 먼저 생각하고 얘기를 많이 들어준다. 그러면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바꾸게 된다. 내가 강요하면 선수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뿐이다."

시행착오는 1년이면 충분했다. 몸집 줄이기의 직격탄을 맞은 2013년, 클래식에서는 5위에 그쳤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는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봤다. 그러나 2014년 수원은 중위권 전력이라는 평가를 비웃 듯 전북과 K리그 클래식 우승 경쟁을 펼치며 준우승으로 화려하게 부활을 알렸다. 서 감독은 선수들의 변화에 주목했다.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꿈틀대기 시작했다. 이제 베테랑들이 알아서 훈련에서 전력을 다하고 후배들을 이끈다. 후배들은 이런 선배들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연습장이 한 눈에 보이는 클럽하우스 감독실에서 훈련 시간 이외에 개인 훈련을 하는 선수단을 지켜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동시에 확신을 얻게 된다. 서 감독은 "첫 번째 시즌보다 두 번째 시즌에 더 좋아진 모습을 확인했다. 이제 3년째다. 나도 기대가 되고 팬들도 기대를 한다. 밖에서의 평가도 달라질 것이다. 더 이상 우리를 쉽게 보지 못할 것"이라면서 "블루윙즈가 예전에는 많이 날라 다녔는데 날개를 잠시 접었었다. 이제 다시 날개를 서서히 펴기 시작했다"며 화려한 비상을 약속했다.


수원의 미래 그리고 K리그

서 감독이 그리는 미래는 '유스 수원'이다. 구단 사정에 맞게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고, 그 중심에 유스를 두겠다는 전략이다. 민상기 권창훈 구자룡 등 유스 출신들의 성장이 좋은 예다. 서 감독은 가능성을 꽃피우기 위해 이들에게 꾸준히 출전 기회를 보장했다. 민상기 권창훈 등은 팀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잡았다. 스타 플레이어들의 집합소였던 '레알 수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들이 이제 현실이 돼 수원을 이끌어 가는 힘이 됐다. 서 감독은 5년 뒤 수원의 모습을 그렸다. "5년 뒤에는 베스트 11의 절반 이상을 유스 출신으로 채우고 싶다." 올해부터 대학에 진학한 유스 출신 선수들을 클럽하우스로 불러서 경기력을 체크했다. 이 과정을 통해 세 명의 매탄고 출신 선수들이 2015년 수원의 유니폼을 입었다. 매 시즌, 1명의 선수만 주전으로 키워도 '유스 수원'이 가능하다. 서 감독은 "현재 수원 선수단의 20~30%가 유스 선수들이다. 5년간 매해 1~2명씩만 가세하면 절반 이상을 유스 출신으로 채울 수 있다. 전세계에 이런 팀이 없을 것이다"라면서 "유스 선수들이 자라서 은퇴하면 구단의 코칭 스태프를 맡는 단단하고 멋진 팀을 꿈꾼다"고 말했다.

서 감독은 스타의 부재와 선수 유출로 위기에 처한 K리그를 살리는 길도 수원의 미래에서 찾았다. "어린 선수들을 스타로 키워야 하는 게 구단의 역할이다. 예를 들면 유스 선수들로 인해 수원이 부활하고, 스타 선수들이 팀을 떠나지 않을 만큼의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축구가 어려운 시기다. 누구 하나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 협회나 연맹, 감독들이 같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말로는 바뀌지 않는다. 축구인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내고, 회의를 열며 연구를 해야 한다. (급변하는) 환경에 맞는 논리가 필요하다."

변화와 적응은 숙명이다. 그래서 변화에 익숙한 40대 감독들이 위기에서 벗어날 새 희망이 될 수 있다. 서 감독은 "40대 감독들이 경험이 부족하지만 열정과 배우려는 자세는 뛰어나다. 훈련 프로그램, 전술 등 변화를 빨리 받아 들인다. 좀 더 좋은 경기력과 좋은 축구를 해서 팬들을 많이 끌어들이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 2년간 시즌을 마치고 유럽 축구 탐방을 다녀온 서 감독은 2015년에도 변화를 다짐했다.

"지난해에도 유럽에서 본 경험을 수원에 적용했다. 축구는 빠르게 변한다. 올해 유럽에서 보고 배운 것을 토대로 시즌을 준비할 계획이다. 한가지 전술로는 절대 우승을 할 수 없다. 다양한 전술, 기대해달라."
화성=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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