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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호 1기 드디어 출범, 3대 관전포인트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10-07 07:09



브라질의 눈물, 후폭풍이 대단했다. 한국 축구는 주저앉지 않았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태극마크를 짊어진 전사들의 투혼이 28년 만에 비원의 금사냥으로 귀결됐다. 오랜만에 한국 축구가 웃었다.

이제 슈틸리케호의 차례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이 7일 낮 12시30분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 소집된다. 지난달 5일 슈틸리케 감독 선임 발표 이후 32일 만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파라과이(10일·천안), 코스타리카(14일·상암)와의 10월 A매치 2연전에서 보여줄 새 그림을 3가지로 요약해봤다.

제로베이스 시작, 변화의 범위는?

국내파와 해외파, 슈틸리케호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단어다. 당장 7일부터 무한경쟁의 장이 펼쳐진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존 선수든, 새 선수든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게 된다.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고 싶다. 나는 외부에서 왔기 때문에 선입견없이 선수들을 보고 싶다. K-리그나 해외파 모두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최근 경기력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의 핵으로 자리 잡은 손흥민(22·레버쿠젠)과 '패스마스터' 기성용(25·스완지시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전경기 무실점 신화를 쓴 김승규(24·울산)는 주전 입성이 유력하다. 그러나 나머지 8자리의 주인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A대표팀 터줏대감인 이청용(26·볼턴), 9월 A매치에서 선전했으나 최근 체력적 부담이 커진 차두리(34·서울) 모두 무한경쟁의 장에 내던져진다.

한국은 허정무호 시절이던 지난 2008년부터 6년째 4-2-3-1 포메이션을 고수 중이다. 두 명의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는 더블 볼란치와 최전방 원톱을 지원하는 2선, 상황에 따라 오버래핑으로 활로를 만드는 측면 풀백의 공격 가담 등이 특징이었다. 그러나 오랜기간 정형화된 시스템 탓에 패턴, 움직임이 창의적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당장 이 판을 깨진 않을 전망이다. 공격자원은 이동국(35·전북) 김승대(23·포항) 두 명 뿐인 반면, 남태희(23·레퀴야) 이명주(24·알아인) 등 2선에서 활용 가능한 자원을 다수 선발했다. 수비라인 역시 중앙수비와 측면자원을 각각 4명씩 분배하면서 '위치별 1대1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향후 몇 개월 간 어떤 문화가 있는 지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당분간 점검의 시간을 갖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10월 A매치는 기존 흐름 고수가 유력하다.

기성용을 어디에 둘까?


지난 9월 A매치 2연전은 기성용의 멀티 능력이 극명히 드러났던 무대였다. 9월 5일 베네수엘라전에서는 원 볼란치(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8일 우루과이전에선 중앙 수비수로 파격 변신했다. 특히 우루과이전에서는 90분 동안 중앙 수비부터 수비형 미드필더, 공격수 역할까지 팔색조 능력을 선보였다. 경기장에서 A대표팀과 처음으로 만난 슈틸리케 감독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기성용은 정말 좋은 선수다. 후방에서 중원, 그리고 경기 후반부에는 공격수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성용은 슈틸리케호 1기에선 본연의 임무인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복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간 줄곧 소속팀 스완지시티에서 더블 볼란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기성용은 수비 커버도 가능하지만, 능력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는 수비가담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수비적 능력이 뛰어난 박종우(25·광저우 부리), 한국영(24·카타르SC)이 슈틸리케 감독의 낙점을 받은 것은 더블 볼란치 기용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골 결정력 Up 목표 얼마나 이룰까?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28년 만에 금메달을 따낸 이광종호에서 유일하게 지적 받았던 부분이 골 결정력이었다.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7경기를 무실점으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공격라인은 '속 시원한' 모습과 다소 거리가 있었다. 인천아시안게임을 현장에서 지켜본 슈틸리케 감독도 이 점을 지적했다. "지금까지 본 한국축구는 볼 점유율은 좋았다. 패스를 통해 골문 앞까지는 잘 간다. 문제는 마무리다. 페널티에어리어 20m까지는 잘 접근하지만 마무리를 못했다. (아시안게임) 홍콩전에서 그랬고, 일본전에선 이런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골 결정력을 끌어 올리는 게 첫 목표다."

그렇다면 슈틸리케 감독은 과연 어떤 형태로 공격력을 끌어 올릴까. 측면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최전방 원톱을 지원하는 2선 좌우 윙어의 인사이드 침투와 이들의 빈자리를 커버하는 좌우 풀백의 오버래핑에 이은 크로스다. 한국 축구가 전통적으로 즐겨쓰던 공격루트다. 원톱은 이동국 하나 뿐이지만 공격본능이 넘치는 2선 자원이 즐비하다는 점은 이런 형태의 강화를 떠올려 볼 만하다. 기존 장점을 살리며 보완점을 찾겠다던 입장과도 일맥상통 한다. 하지만 중앙에서 최전방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선굵은 독일식 축구나 원톱과 2선의 위치를 줄기차게 바꾸는 '제로톱'을 활용할 가능성도 생각해 볼 만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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