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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 오반석의 유니폼이 항상 더러운 이유는?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4-08-19 17:04 | 최종수정 2014-08-20 06:44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살려면 몸을 던져야죠."

오반석(26·제주)은 K-리그 클래식의 꽃미남 중 한명이다. 하얀 피부와 잘생긴 이목구비, 거친 수비수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잘생긴 얼굴과 달리, 그의 유니폼은 항상 지저분하다. 경기장에서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투사로 변한다. 과감히 몸을 날려 상대의 공격을 막아낸다. 부족한 부분은 투지로 커버한다. 16일 울산전(1대0 제주 승)에서도 'K-리그 최고의 공격수' 김신욱(울산)을 꽁꽁 묶었다. 자신보다 한뼘이나 큰 김신욱에 밀리지 않기 위해 더 강한 몸싸움을 펼쳤다. 오반석은 "내가 살려면 몸을 던져야 한다.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했다.

프로 데뷔 후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1년 제주에 입단한 오반석은 그해 일본 오키나와 동계전지훈련에서 왼쪽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아픔을 겪었다. 프로에 갓 데뷔한 신인에게는 너무 큰 시련이었다. 2012년 4월에서야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부상 후유증으로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경기 감각이 떨어지다보니 실수가 잦았다. 오반석은 "'제주는 수비가 약하다'는 소리를 들을때마다 내 책임인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시간이 흐를수록 오반석은 더욱 단단해졌다. 그는 "맞으니까 내성이 생긴 것 같다. 확실히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며 웃었다. 물론 여전히 부상에 대한 공포는 있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극복하고 있다. 보강 훈련을 빼놓지 않고, 쉴때도 가급적이면 외출보다는 숙소에 머문다.

올시즌은 오반석에게 중요한 터닝포인트다. 이 용 황도연 등을 제치고 확실한 주전 중앙수비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올시즌 1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출전했다. 알렉스와 오반석이 지키는 중앙수비는 제주 최고의 무기다. 제주는 19실점으로 전북, 서울, 울산에 이어 최소 실점 4위다. 매시즌 수비불안에 시달렸던 것을 감안해보면 엄청난 변화다. 오반석은 "주변에서도 이제 제주 수비가 좋아졌다는 얘기를 많이 하신다. 그 얘기를 들어서인지 확실히 자신감이 좋아졌다"고 했다. 이어 "제주에 좋은 센터백이 많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 플러스가 된 것 같다. 동계훈련 때부터 수비 조직력 구축에 많은 공을 들였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4년차가 된 만큼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지시도 하고, 리드도 하며 적극적으로 변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달라진 점을 설명했다.

제주는 올시즌 다득점보다는 아슬아슬한 승리를 많이 거둔다. 감독과 팬 입장에서는 피말리는 경기지만 오반석은 오히려 짜릿한 맛을 느낀다며 웃었다. 그는 "올시즌 1대0 승리가 많다. 선제골을 내주지 않아야 이길 수 있다. 내주면 무너질 가능성이 더 높으니까 수비수로 책임감을 느낀다. 1대0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굉장히 뿌듯하다. 내 손으로 승리를 만든 것 같다"고 했다. 그의 목표는 제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반석은 "나는 수비수다. 3위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최소실점도 3위 안에 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보다 더 욕심내고,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 반드시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나서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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