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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감독, AG 차출 적극 협조 이유는 '미안함'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08-08 07:15


2002년 9월, 파주 NFC에서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박항서 감독(왼쪽)과 최강희 감독.

"이번에는 정말 28년간 이어진 악령을 끊어야 한다."

최강희 전북 감독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이광종호의 금메달을 기원했다. 대의를 위해 전북 선수 누구라도 내줄 작정이다. 최 감독은 "아시안게임에 발탁되는 선수가 있다면 보내주는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해서다. 한국은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에서 정상에 오른 이후 28년간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8강)을 제외하고 1990년 북경 대회부터 2010년 광저우 대회까지 매번 4강 문턱에서 주저 앉았다. 3차례 3위를 기록한 것이 최고 성적이다.

다시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이다. 축구계가 똘똘 뭉칠 차례다. 특히 최 감독의 마음가짐은 더욱 그렇다. '미안함' 때문이다. 최 감독은 "28년간 우승하지 못한건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 나도 범인이다. 2002년에 박항서 감독과 함께 나서서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고 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직후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최 감독은 수석코치로 최진한 코치(현 부천 감독), 김현태 골키퍼 코치(현 FC서울 스카우트 팀장)와 함께 박항서 감독(현 상주 감독)을 보좌했다. 한국은 몰디브, 오만, 말레이시아에 3연승을 거두고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8강에서도 바레인을 제압했다. 그러나 4강 문턱에서 무릎을 꿇었다. 이란과 0대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5로 패했다. 안방에서 당한 패배에 선수와 코칭스태프, 팬 모두 망연자실했다. 특히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면제를 노리던 선수들의 충격이 컸다. 눈물 바다였다. 최 감독은 "이란전이 끝난 뒤 라커룸에 들어가려는데 선수들이 다 울고 있었다. 차마 라커룸에 들어가지 못했다. 결국 내가 10여명의 선수들을 군대로 보냈다"고 했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이동국을 비롯해 김용대(서울), 김두현(수원) 박용호(부산) 등 12명의 태극전사들은 2002년 이후 차례대로 입대했다.

그래서 아시안게임에 더 마음이 쓰인다. 최 감독은 "이번에 28년만에 악령을 끊고 꼭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 선수들도 병역 혜택을 누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북 선수 중에서는 미드필더 이재성(22)의 발탁이 유력하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신형민(28)은 와일드카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최 감독은 14일 발표되는 최종엔트리 명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재성과 신형민이 팀의 핵심 전력이지만 선발된다면 박수를 치며 보내줄 생각이다. 그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것은 선수 개인에게도 좋은 일이다. 신형민이 선발되면 10년 계약 연장하고 보내야겠다"며 웃음을 보였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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