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승부처 선방' 정성룡 '자격'을 증명하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4-08-03 21:49


수원 삼성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K리그 클래식 2014 16라운드 경기가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수원이 3-2의 승리를 거둔 가운데 정성룡 골키퍼 등 선수들이 원정팀 응원단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수원은 지난 15라운드에서 FC 서울에 0-2로 완패하며 상승세가 꺾였다. 승점 23점으로 5위. 선두 포항과는 7점차다. 이에 맞서는 인천은 최근 4경기에서 무승(3승 1패)의 부진에 빠졌다. 게다가 원정 경기에서 15경기 연속 무승(7무 8패)이다. 승점 10점으로 리그 최하위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4.07.19/

곳곳에서 비난이 있었다. 미안한 마음 뿐이었다. 이대로 무너질 수 없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피치에 설 수 있는 '자격'을 보여주는 것 뿐이었다.

정성룡(수원)이 다시 우뚝 섰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아픔을 겪었다. 러시아, 알제리와의 2경기에서 5골을 내주었다. 마지막 벨기에전에서는 후배 김승규에게 골키퍼 장갑을 내주었다. 한국에 돌아온 뒤 집과 훈련장만 다녔다. 자신이 해야할 것은 훈련 밖에 없었다. 7월 12일 서울과의 슈퍼매치 원정에서 선발출전했다. 예열이 덜됐다. 0대2 패배를 막지 못했다. 인천과의 홈경기에서는 2골을 내주었다. 3대2로 이겼지만 자존심에 금이 갔다. 더욱 훈련에 몰입했다. 이후 제 모습을 찾아갔다. 부산과의 원정경기에서 선방쇼를 펼쳤다. 2대0 승리의 초석을 놓았다.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난적과 만났다. 친정팀 포항이었다. 정성룡은 2003년 포항에 입단했다. 2006년부터 포항의 주전으로 나섰다. 2007년까지 뛴 뒤 성남으로 이적했다. 3시즌을 소화한 뒤 2011년 수원에 입단했다. 하지만 수원은 포항에게 약했다. 2012년 7월 0대5로 진 이후 8경기에서 1무7패로 부진했다. 정성룡은 이번만큼은 꼭 이기고 싶었다.

2-1로 수원이 앞선 후반 36분이었다. 골문 바로 앞에서 고무열이 헤딩슛을 했다. 비가 오는데다 땅에 바운드가 된 슛이었다. 웬만한 골키퍼는 막을 수 없었다. 다들 '골이구나'고 했다. 하지만 정성룡은 달랐다. 몸을 날리더니 쳐냈다. 동물적인 감각이었다. 1만7000여 관중들은 환호했다. 정성룡은 묵묵히 수비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분수령이었다. 수원은 이후 2골을 몰아쳤다. 수원은 845일만에 포항에 승리를 거두었다.

서정원 수원 감독도 경기가 끝난 뒤 "막을 줄 몰랐다. 역시 정성룡이구나고 생각했다"고 칭찬했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정성룡은 담담했다. 정성룡은 "(노)동건이가 나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다른 후보 골키퍼들도 묵묵히 운동하고 있다. 내가 주전으로 서는 이유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했다. 이날 경기에 대해서는 "라커룸에 들어가보니 '포항 박살내자'는 플래카드가 있었다. 박살내지 않으면 내가 박살날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월드컵 후 팬들이 많이 응원해주셨다. 질타도 있었지만 달게 받고 열심히 했다"며 "이제 전북전이다.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수원=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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