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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비난이 있었다. 미안한 마음 뿐이었다. 이대로 무너질 수 없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피치에 설 수 있는 '자격'을 보여주는 것 뿐이었다.
2-1로 수원이 앞선 후반 36분이었다. 골문 바로 앞에서 고무열이 헤딩슛을 했다. 비가 오는데다 땅에 바운드가 된 슛이었다. 웬만한 골키퍼는 막을 수 없었다. 다들 '골이구나'고 했다. 하지만 정성룡은 달랐다. 몸을 날리더니 쳐냈다. 동물적인 감각이었다. 1만7000여 관중들은 환호했다. 정성룡은 묵묵히 수비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분수령이었다. 수원은 이후 2골을 몰아쳤다. 수원은 845일만에 포항에 승리를 거두었다.
서정원 수원 감독도 경기가 끝난 뒤 "막을 줄 몰랐다. 역시 정성룡이구나고 생각했다"고 칭찬했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정성룡은 담담했다. 정성룡은 "(노)동건이가 나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다른 후보 골키퍼들도 묵묵히 운동하고 있다. 내가 주전으로 서는 이유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했다. 이날 경기에 대해서는 "라커룸에 들어가보니 '포항 박살내자'는 플래카드가 있었다. 박살내지 않으면 내가 박살날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월드컵 후 팬들이 많이 응원해주셨다. 질타도 있었지만 달게 받고 열심히 했다"며 "이제 전북전이다.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수원=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