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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타전의 여운이 진하다.
K-리그 각 구단의 주요 홍보수단은 여전히 '현수막'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에 걸어야 눈에 잘 띈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일시와 장소, 상대팀만 덩그러니 쓰인 채 걸려 있는 게 다반사다. 단순한 일정 나열식 홍보가 과연 관중몰이에 얼마나 도움을 줄 지 미지수다.
단 한 개라도 강렬한 메시지가 필요하다. 이근호의 트렉터 영상이 좋은 예다. 이근호가 소속팀 연고지인 상주에서 올스타전이 열리는 서울까지 월급 14만8000원을 털어 상경한다는 스토리는 '큰 웃음'으로 팬들에게 회자됐다. 큰 비용,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좋은 콘셉트로 이슈를 만들어냈다. 트렉터 후원업체로부터 광고수익까지 얻어내는 시너지 효과를 냈다.
경기, 팬들의 축제가 되어야 한다
일부 구단들의 관중 유인책은 여전히 '퍼주기'에 그치고 있다. 하프타임 추첨 경품, 경기장 바깥에서 펼치는 단순 이벤트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경품제공은 그만큼의 비용이 투자된다. 입장수익을 거둬야 할 구단 입장에선 오히려 손해보는 장사가 될 수도 있다. 일방적인 유인책이 전면에 서면서 정작 팬들이 원하는 서비스가 뒷전으로 밀려나는 경우도 있다.
경기장은 팬들이 놀거리, 즐길거리가 넘쳐야 한다. 서울의 팬세이션(FANsation)이 해답이다. 팬세이션은 팬(Fan)과 센세이션(Sensation)의 합성어로, '팬들이 일으키는 바람'이라는 뜻이다. 팬들의 의견을 반영해 진행한 아디 은퇴식을 시작으로, 각종 이벤트에 팬들 의견을 적극 반영해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올스타전을 주관한 프로축구연맹도 팬 의견을 수렴해 하프타임 이벤트로 릴레이 계주를 7년만에 부활시켜 흥미진진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팬 없이는 리그도 없다. K-리그도 이제는 소비자 중심시대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감독과 선수, 스스로 주연이 되라
흥행몰이엔 서열이 없다. 팀 구성원 모두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 선수단도 예외가 아니다. 좋은 경기, 성적으로 어필하는 시대는 지났다. 그라운드의 주연인 감독, 선수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최고의 흥행카드다.
최용수 서울 감독이 선두주자다. 감정을 그대로 실은 화끈한 골 세리머니는 상암벌의 특별한 볼거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재치있는 입담도 경기 전후 분위기를 달군다. 이번 올스타전에서는 심판으로 깜짝 변신해 갖가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면서 '특급칭찬'을 받았다. 박경훈 제주 감독도 빠질 수 없다. 지난해 군복 차림에 이어 올해는 의리 콘셉트로 제대로 팬심을 잡았다. 이들이 어깨에 힘을 뺄 수 있었던 이유는 구단과 선수단 모두 최고의 자리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뛴다는 동질감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선수들의 화려한 세리머니도 빠질 수 없다. 데닐손의 마빡이, 스테보의 화살, 이동국의 기관총, 김신욱의 기도 등 독특한 세리머니는 팬들의 함성 뿐만 아니라 이슈, 나아가 고유 브랜드가 된다. 스스로 스타가 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선수들 스스로 가치를 끌어 올려야 한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골세리머니도 멋있게 하는 등 어필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K-리그는 아시아 최강이다. 이제는 흥행에서도 최고가 되어야 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