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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타전]박지성을 떠나보낸 히딩크 감독, 그도 감동이었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7-25 22:51


K리그 올스타 with 팀 박지성이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박지성이 골을 터뜨린 후 히딩크 감독과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번 '2014 K리그 올스타전'은 올스타전 경기는 K리그 올스타 팀과 박지성이 꾸린 팀의 맞대결로 펼쳐진다. 은퇴한 한국 축구의 아이콘 박지성, 이영표 등 스타들은 '팀 박지성'에 포함돼 올스타들에게 맞선다. K리그 구단의 사령탑들이 올스타전의 감독, 코치, 심판으로 활동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7.25/

2014년 K-리그 올스타전은 박지성의 은퇴 무대였다.

박지성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 빚은 작품이다. 월드컵에 발탁했고, 유럽으로 길을 인도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후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PSV 에인트호벤(네덜란드)으로 이적한 박지성 2005년 7월 맨유로 이적하기 전까지 함께 호흡했다. 그리고 박지성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라운드와 이별을 선택했고, 네덜란드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히딩크 감독은 한걸음에 달려와 벤치를 지켰다.

2년 전 올스타전에서 둘은 재회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10주년 기념 올스타전에서 'TEAM 2002'에 묶였다. 히딩크 감독은 당시 활약이 대단했다. 쇼맨십은 색이 바라지 않았다. 전반 14분 상대인 'TEAM 2012'가 선제골을 터트지자 폭발했다. 오프사이드라며 거칠게 항의했다. 물론 애교를 머금었다. 하프타임 승부차기 이벤트 도중 안정환이 실축하자 머리를 감싸며 아쉬워했다. 팔색조였다. 플레이 하나, 하나에 표정이 변신했다. 그 때도 박지성이 골을 터트리자 포옹 세리머니가 재연됐다.

하지만 세월이 또 흐른 탓일까.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 with 팀 박지성'의 히딩크 감독은 조용했다. 두 차례 출연했다. 그래도 감동은 물결쳤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연습멤버였던 정조국이 전반 골을 터트린 후 벤치를 찾았다.경찰인 자신의 신분을 잊지 않고 먼저 거수 경례를 한 뒤 히딩크 감독의 품에 안겼다. 정조국의 성장에 히딩크 감독도 기뻤다.

클라이맥스는 후반 13분이었다. 박지성이 은퇴경기에서 골을 터트렸다. 여지없이 전매특허 세리머니가 나왔다. 한국 축구팬들을 감동으로 몰아 넣었던 2002년 한-일월드컵의 포옹 세리머니였다.

업그레이드됐다. 잠시 뜸을 들인 그는 그라운드에서 동료들과 기쁨을 먼저 나눴다. 그리고는 곧장 벤치에 있는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뛰어 가 품에 안겼다. 또 달랐다. 히딩크 감독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박지성을 껴 안고 수건으로 두 사람의 머리를 가렸다. 수건 속에서 둘만의 진한 포옹이 지속됐다.

12년 전인 2002년 6월 14일 둘의 갱없는 드라마가 세상에 나왔다.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이었다. 후반 25분 감각적인 발리슛으로 골문을 연 박지성은 '쉿 세리머니'를 한 후 히딩크 감독에게 내달렸다. 박지성이 히딩크 감독의 품에 안기는 순간 대한민국은 구름 위를 걸었다. 16강 그림이 완성됐다. 히딩크호는 이어 16강 이탈리아, 8강 스페인을 넘어 4강 신화를 완성했다.


박지성이 떠났다. 히딩크 감독도 아쉬움이 진했다. 그는 "2년 전보다 오늘이 더 특별했다. 박지성을 보내는 경기였다"며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박지성이 한국 선수로 유럽에서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은 피나는 노력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돈을 바라는 큰 계약이나 빅리그를 바라보지 않고, 단계를 밟기 위해 노력해 한국 선수들이 유럽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박지성은 한국 선수들의 표본이었다"고 평가했다.

둘의 그라운드에서의 만남은 이날이 마지막이었다. 그래도 감동은 남았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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