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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K-리그 올스타전은 박지성의 은퇴 무대였다.
하지만 세월이 또 흐른 탓일까.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 with 팀 박지성'의 히딩크 감독은 조용했다. 두 차례 출연했다. 그래도 감동은 물결쳤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연습멤버였던 정조국이 전반 골을 터트린 후 벤치를 찾았다.경찰인 자신의 신분을 잊지 않고 먼저 거수 경례를 한 뒤 히딩크 감독의 품에 안겼다. 정조국의 성장에 히딩크 감독도 기뻤다.
업그레이드됐다. 잠시 뜸을 들인 그는 그라운드에서 동료들과 기쁨을 먼저 나눴다. 그리고는 곧장 벤치에 있는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뛰어 가 품에 안겼다. 또 달랐다. 히딩크 감독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박지성을 껴 안고 수건으로 두 사람의 머리를 가렸다. 수건 속에서 둘만의 진한 포옹이 지속됐다.
12년 전인 2002년 6월 14일 둘의 갱없는 드라마가 세상에 나왔다.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이었다. 후반 25분 감각적인 발리슛으로 골문을 연 박지성은 '쉿 세리머니'를 한 후 히딩크 감독에게 내달렸다. 박지성이 히딩크 감독의 품에 안기는 순간 대한민국은 구름 위를 걸었다. 16강 그림이 완성됐다. 히딩크호는 이어 16강 이탈리아, 8강 스페인을 넘어 4강 신화를 완성했다.
박지성이 떠났다. 히딩크 감독도 아쉬움이 진했다. 그는 "2년 전보다 오늘이 더 특별했다. 박지성을 보내는 경기였다"며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박지성이 한국 선수로 유럽에서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은 피나는 노력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돈을 바라는 큰 계약이나 빅리그를 바라보지 않고, 단계를 밟기 위해 노력해 한국 선수들이 유럽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박지성은 한국 선수들의 표본이었다"고 평가했다.
둘의 그라운드에서의 만남은 이날이 마지막이었다. 그래도 감동은 남았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