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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새로운 수비의 핵 이웅희를 아십니까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7-23 07:08



"좋은 선수를 벤치에 앉히기가 아까웠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의 진심이었다. 최 감독이 말한 '좋은 선수'는 바로 이웅희(26)다. 그는 올시즌 FC서울에 둥지를 틀었다. 중앙과 측면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수비수다. 꿈은 컸다. 그러나 그의 자리는 벤치였다. 월드컵 휴식기 전 K-리그 클래식 3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김진규(29) 김주영(26) 오스마르(26) 등 주전 선수들이 부상이거나 경고 누적으로 결장할 때 빈자리를 채웠다.

9일 포항 원정(0대0 무)에서 기회를 다시 잡았다. 김주영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했다. 더 이상 밀려나지 않았다. 이웅희는 12일 수원과의 슈퍼매치(2대0 승)에 이어 19일 제주와의 홈경기(1대1 무)에서도 주전으로 출격했다. 최 감독의 야심작인 공격형 스리백의 핵으로 자리잡았다.

대전 출신인 그는 배재대를 거쳐 2011년 대전에 입단했다. 첫 해 17경기에 나선 그는 2012년 34경기, 2013년 32경기에 나섰다.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수비수다. 최 감독은 지난해 초 일찌감치 이웅희를 '찜'했다. 겨울이적시장에서 몇몇 기업구단과 영입 전쟁 끝에 품에 안았다.

최 감독이 꼽는 최고의 강점은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스피드다. 대인마크 능력도 엄지를 세웠다. 이웅희가 가세한 후 서울은 최근 3경기에서 단 1실점만 했다.

전술 기여도는 더 특별하다. 이웅희는 김진규 김주영과 함께 스리백을 형성하고 있다. 주장 김진규가 풍부한 경험과 투지로 수비라인을 지휘하지만 스피드가 느린 것은 단점이다. 그 여백을 이웅희와 김주영이 빠른 발을 앞세워 메우고 있다. 오스마르의 활용도도 숨통이 트였다. 최 감독은 이웅희의 수혈로 스리백의 한 축이었던 오스마르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끌어올렸다. 오스마르는 1차 저지선 역할을 하며 공수밸런스 안정에 중심을 잡고 있다. 이웅희 덕에 수비도, 중원도 한층 탄탄해졌다. 어느덧 서울 유니폼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이웅희는 아직 멀었다고 했다. "시즌 초반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게 내 자리였다. 지금도 내가 주전이 확고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만 늘 준비하고 기다렸기 때문에 기회가 왔을 때 잘 할 수 있었다." 미소를 지었다.


서울은 23일 오후 7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상주 상무와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17라운드를 치른다. 최 감독은 "상주전은 수비진의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웅희를 향해 "초심을 잃지 않으면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며 웃었다.


이웅희는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그는 "서울에 처음와서 동계 훈련 때 조직력 훈련을 많이 했다. 시즌 초반에는 당장 표시가 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잘 맞아 들어가고 있다. 대전 시절 스리백의 사이드를 맡아 중앙 포지션이 생소했지만 감독님과 선수들과 이야기하면서 자리를 잘 찾을 수 있었다"며 "선수라면 누구나 부담을 가지고 경기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늘 준비하고 경기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경기장에 들어섰을 때 긴장이 덜 되고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잘하려고 하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해야 할 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 수비수로 성장하는 길은 험난한다. 이웅희는 색다른 축구의 맛을 알아가고 있다. 한 단계, 한 단계, 그 날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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