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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전이 '사실상 결승전!' 서울-포항, 울산-전북의 단두대매치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7-16 07:31



섣부른 전망일까.

프로와 아마추어를 총 망라해 한국 축구의 왕중왕을 가리는 2014년 하나은행 FA컵은 16강전에 '사실상 결승전'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달라진 환경이다. 통상 1부인 K-리그 클래식 팀들은 32강전 맞대결을 피해갔다. 배려였다. 그러나 올해 무작위 추첨으로 명암이 엇갈렸다. 32강전에서 3경기가 클래식 팀간의 대결로 치러졌다. 전남, 수원, 인천이 전북, 상주, FC서울에 각각 패했다. 제주와 경남은 이변의 희생양이었다. 하부리그 팀들에 덜미를 잡혔다.

클래식은 7개팀이 살아남았다. 7개팀을 비롯해 챌린지(2부 리그)와 내셔널리그의 각각 3개팀, K3(챌린저스리그) 출범 이후 최초로 4라운드에 진출한 포천시민축구단이 16일 무대에 오른다. 16강전 1경기는 이미 치러졌다. 영남대가 코레일을 꺾고 8강에 올랐다.

그런데 대진 추첨의 운명은 또 가혹했다. 우승후보 팀간의 대결이 16강전에서 성사됐다. 9일 클래식에서 만난 서울과 포항이 일주일 만에 재격돌한다. 무대를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옮긴다. 서울이 FA컵 2연패의 주인공 포항과 이날 오후 7시30분 격돌한다. '현대가 형제'인 울산과 전북도 같은 시각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맞닥뜨린다. 정규리그와는 다른 '단두대 매치'다. 한 팀은 떨어진다. 8강에 오르는 두 팀의 우승 확률은 수직 상승한다.

FA컵 최대 매력은 역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티켓이다. 한 시즌내내 땀을 쏟아야 하는 클래식에 2.5장, 단기전인 FA컵 우승팀에 1장이 돌아간다. 16강에 이어 8강→4강→결승전, 4경기만 승리하면 우승이다. ACL에 출전할 수 있다. '저비용 고효율'은 결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서울과 포항은 9일 득점없이 비겼다. 두 감독 모두 철저한 탐색전이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경기 후 "무승부는 양팀 다 아쉬움이 남는 결과다. 슈팅도 적었으며 조심스럽게 경기한 결과 무승부에 그쳤다"고 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도 "포항은 저력있는 팀이다. 언제 한방이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수비에 신중을 기했다. 황선홍 감독님도 칼을 숨겼다. 하지만 FA컵은 단판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승부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못 말리는 승부사'인 두 감독의 올시즌 인연이 처절하다. FA컵 16강전에 이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 1, 2차전에서도 충돌한다. 호흡이 짧은 토너먼트에선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기세도 좋다. 서울은 12일 수원과의 슈퍼매치에서 2대0으로 승리하며 7위로 올라섰다. 대반전을 위한 의미있는 행보였다. 포항은 원정에서 울산을 2대0으로 제압하며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단판 승부인 FA컵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 두 감독의 배수진이다.

현대가의 전쟁도 관심이다. 전북은 지난해 FA컵 결승전에서 포항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울산을 넘어야 그 한을 털어낼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 전북은 월드컵 후 재개된 클래식에서 2승1무로 상승세다. 최근 3경기에서 1무2패인 울산은 반전이 절실하다. 두 팀은 올해 클래식에서 한 차례 만났다. 전북이 홈에서 이동국의 결승골을 앞세워 1대0으로 승리했다. FA컵에선 울산은 홈이점, 전북은 상승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수요일 밤, 결판은 난다. 전후반 90분에 승부가 나지 않으면 연장전을 치른다. 그래도 희비가 엇갈리지 않으면 '신의 룰렛게임'인 승부차기를 통해 승자를 가린다. FA컵의 또다른 매력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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