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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전망일까.
그런데 대진 추첨의 운명은 또 가혹했다. 우승후보 팀간의 대결이 16강전에서 성사됐다. 9일 클래식에서 만난 서울과 포항이 일주일 만에 재격돌한다. 무대를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옮긴다. 서울이 FA컵 2연패의 주인공 포항과 이날 오후 7시30분 격돌한다. '현대가 형제'인 울산과 전북도 같은 시각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맞닥뜨린다. 정규리그와는 다른 '단두대 매치'다. 한 팀은 떨어진다. 8강에 오르는 두 팀의 우승 확률은 수직 상승한다.
FA컵 최대 매력은 역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티켓이다. 한 시즌내내 땀을 쏟아야 하는 클래식에 2.5장, 단기전인 FA컵 우승팀에 1장이 돌아간다. 16강에 이어 8강→4강→결승전, 4경기만 승리하면 우승이다. ACL에 출전할 수 있다. '저비용 고효율'은 결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못 말리는 승부사'인 두 감독의 올시즌 인연이 처절하다. FA컵 16강전에 이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 1, 2차전에서도 충돌한다. 호흡이 짧은 토너먼트에선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기세도 좋다. 서울은 12일 수원과의 슈퍼매치에서 2대0으로 승리하며 7위로 올라섰다. 대반전을 위한 의미있는 행보였다. 포항은 원정에서 울산을 2대0으로 제압하며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단판 승부인 FA컵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 두 감독의 배수진이다.
현대가의 전쟁도 관심이다. 전북은 지난해 FA컵 결승전에서 포항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울산을 넘어야 그 한을 털어낼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 전북은 월드컵 후 재개된 클래식에서 2승1무로 상승세다. 최근 3경기에서 1무2패인 울산은 반전이 절실하다. 두 팀은 올해 클래식에서 한 차례 만났다. 전북이 홈에서 이동국의 결승골을 앞세워 1대0으로 승리했다. FA컵에선 울산은 홈이점, 전북은 상승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수요일 밤, 결판은 난다. 전후반 90분에 승부가 나지 않으면 연장전을 치른다. 그래도 희비가 엇갈리지 않으면 '신의 룰렛게임'인 승부차기를 통해 승자를 가린다. FA컵의 또다른 매력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