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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벌에 서울극장이 펼쳐졌다.
전반전은 탐색전 양상으로 흘렀다. 차두리의 파워 넘치는 돌파를 앞세운 서울이 측면을 공략하면서 빈틈을 노렸다. 하지만 포항은 박선주 김승대가 반격의 선봉에 서면서 맞불을 놓았다. 전반 16분 강수일이 아크 오른쪽에서 왼발슛을 시도했으나, 서울 골키퍼 유상훈의 선방에 막혔다. 서울은 전반 30분 몰리나가 회심의 왼발슛으로 득점을 노렸으나 수비수에 맞고 굴절되는 등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변수가 터져 나왔다. 전반 39분 서울 미드필드진과 경합하던 김원일이 쓰러졌다. 잠시 일어났던 김원일은 몇 걸음을 걷다 다시 주저앉으면서 더 이상 경기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올 시즌 클래식 1경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2경기 출전이 전부인 중앙 수비수 김형일을 대체자로 내세웠다. 서울은 전반 43분 에스쿠데로의 오른발슛으로 다시금 득점을 노렸지만, 포항 골키퍼 신화용의 선방으로 전반을 득점없이 마무리 했다.
선제골은 포항의 몫이었다. 후반 11분 김승대가 서울 진영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을 돌파하면서 오른발로 올린 크로스가 문전 쇄도하던 김형일의 머리로 향했다. 김형일은 다이빙 헤딩슛으로 기회를 마무리 하면서 포항이 리드를 잡았다.
서울은 총공세에 나섰다. 최 감독은 후반 17분 김진규를 빼고 윤주태를 투입하면서 공격을 강화했다. 하지만 포항은 강수일 이광혁을 앞세워 줄기차게 포항 골문을 두들겼고, 후반 30분에는 이광혁을 대신해 문창진까지 가세하면서 추가골 사냥에 박차를 가했다.
최 감독은 마지막 교체카드로 고광민을 선택하면서 승부를 걸었다. 차두리의 돌파를 앞세운 오른쪽 측면 공략으로 기회를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하지만 포항의 협력수비와 촘촘한 공간을 뚫지 못한데다 운까지 따라주지 않으면서 땅을 쳤다.
서울극장이 펼쳐졌다. 전광판 시계가 후반 45분을 가리키는 순간 서울이 동점골을 터뜨렸다. 김치우가 아크 왼쪽에서 시도한 슛을 윤주태가 문전 정면에서 오른발로 재치있게 방향을 바꾸면서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서울 벤치가 모두 그라운드로 달려가 포효했고, 포항은 주저앉아 망연자실 했다. 승부는 결국 연장으로 치달았다.
기세를 탄 서울은 연장 전반부터 포항을 몰아붙였다. 차두리의 돌파와 오스마르, 윤주태의 중거리슛이 잇달아 포항 골문을 위협했다. 최 감독은 연장전반 5분 에스쿠데로 대신 강승조를 투입하며 공격을 더욱 강화했다. 포항은 수비를 단단히 하면서 측면 역습으로 기회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좀처럼 승부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다. 연장 후반까지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연장 후반 5분 포항 김대호를 제친 서울 고광민이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단독 찬스를 맞았으나, 슛은 허공을 갈랐다.
승리의 여신은 서울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연장후반 8분 고명진이 포항 진영 왼쪽에서 찔러준 볼을 고광민이 수비수 두 명의 마크를 이겨내고 오른발슛으로 연결했다. 포항 골키퍼 신화용이 손을 뻗었으나, 볼은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고광민은 벤치로 달려가 최 감독의 품에 안기면서 기쁨을 만끽했다.
포항도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연장 후반 종료 직전 강수일의 동점골이 터졌다. 왼쪽 측면으로 길게 넘어온 볼을 페널티박스 왼쪽으로 치고 들어가 왼발슛으로 연결, 골망을 갈랐다. 7분 만에 환호는 포항의 몫으로 돌아갔다. 120분 간의 대혈투에도 승부가 가려지지 않으면서 결국 승패의 운명은 서울 유상훈, 포항 신화용 두 명의 골키퍼의 손으로 넘어갔다.
서울은 포항 2번째 키커 김승대의 슛을 유상훈이 막아내면서 기선을 제압했다. 흔들린 포항은 3번째 키커 문창진의 왼발슛이 왼쪽 골포스트를 맞고 튀어나오면서 궁지에 몰렸다. 서울은 1~3번째 키커가 모두 골을 성공시키는 침착함 속에 승기를 잡았다. 결국 4번째 키커로 나선 강승조가 깨끗하게 기회를 성공시키면서 길고 긴 혈투를 마무리 했다.
상암=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