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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상주 감독이 벤치 복귀전에서 벤치 감독석을 버렸다. "더이상 퇴장은 없다"는 특별한 다짐 때문이다.
박 감독은 복귀전을 앞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스스로 성격이 급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애매한 판정이 나오게 될 경우 다시 격한 항의를 할까 걱정이었다. 이에 박 감독은 경기 전 "경기 중에 판정이 이상하면 바로 옆에 있는 대기심에게 항의를 하게 된다. 눈에 보이니깐 그런가보다. 아예 대기심이 보이지 않게 벤치 반대쪽 끝자리에 앉아볼까 생각중"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했다. 평소에 앉던 벤치 오른쪽 끝 자리를 이영익 수석 코치에게 내주고 대기 선수들 틈으로 들어갔다. 효과가 있었다. 평소 경기마다 2~3차례씩 벤치를 박차고 나가 '테크니컬 에어리어(Technical Area)'에서 항의를 하던 박 감독은 이날 벤치를 잘 지켰다. 에피소드도 있었다. 후반 중반 이후 상주 공격수 송제헌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와의 경합중 넘어졌다. 주심의 휘슬은 울리지 않았다. 그 때 박 감독이 벤치에서 일어나 관중석쪽으로 향했다. 대기심은 박 감독이 항의의 표시로 벤치를 떠나는 것으로 판단, 그를 제지했다. 큰 문제는 없었다. 알고보니 박 감독은 화장실로 향하고 있었다. 하필이면 그 순간, 배에 통증을 느꼈단다.
2연승을 질주하던 상주는 전남에 1대2로 패하며 3연승 문턱에서 주저 앉았다. 하지만 박 감독에게는 소득이 있는 경기였다. "경기력도 나쁘지 않았다. 후반 중반 이후 재미있는 경기를 했다. 이제 거친 항의를 최대한 자제할 생각이다. 더 이상 상벌위원회에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는 당분간 벤치 감독석을 버릴 계획이다. 박 감독은 "벤치 중간과 왼쪽에서 보니 경기가 더 잘보이더라. 대기심을 쳐다보지 않게 되니 항의도 안하게 된다. 당분간 이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