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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윌킨슨의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컵 뒷이야기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4-07-11 07:27


사진제공=전북 현대

전북의 외국인 수비수 알렉스 윌킨슨(30)의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컵에는 승리도, 무승부도 없었다. 패배 뿐이었다. 조별리그에서 일찌감치 짐을 쌌다. 그러나 그의 퇴장은 아름다웠다. 호주대표팀의 핵심 수비수로 세계 강팀의 공격력을 잘 막아내 호평을 받았다. 10일 전주 송천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윌킨슨은 12일간의 잊지 못할 브라질의 추억을 되살렸다.

지난달 14일(이하 한국시각) 칠레와의 조별리그 1차전. 호주 국가가 흘러나오자 윌킨슨의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그는 "경기장에 입장해서 수많은 관중들이 보였다. 그리고 호주 국가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전율이 흐르더라. 경기장에 구름이 껴서 멋진 풍경도 연출됐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회상했다. 24일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3차전도 특별했다. 그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맞대결에서 0대3으로 패하긴 했지만 경기력이 좋았다"고 말했다.

유니폼 교환에 대한 재미있는 뒷이야기도 들려줬다. 윌킨슨은 칠레전밖에 유니폼 교환을 시도하지 못했다. 그는 "칠레의 에두아르도 바르가스와 유니폼을 교환했다. 이후 두 경기에선 기회를 놓쳤다. 네덜란드전에선 패배의 슬픔으로 깜빡했다. 스페인전에선 샤워 후 시도하려고 했는데 상대 선수들이 빨리 떠나서 못바꿨다"고 웃었다.

윌킨슨은 이번 대회에서 'K-리그의 명예'도 드높였다. 칠레전에서 후반 17분 바르가스의 슈팅이 골라인을 넘기 직전 걷어내기도 했다. 이후 K-리그 출신이라는 점이 전세계에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의 반응은 겸손했다. "그 위치에 서 있었기 때문에 걷어낼 수 있었다. 안도감이 들었다. 특히 내가 실점을 막은 뒤 우리 골이 들어가 기뻤다."

윌킨슨은 늦깎이 국가대표다. 올해 처음으로 호주 월드컵대표로 발탁됐다. 깜짝 선발이었다. 특히 A매치 3경기를 치르고 월드컵이란 메이저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전북에서 꾸준하게 출전기회를 잡았던 것이 꿈의 무대를 밟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그는 "감독이 생각하는 선수 선발의 첫 번째 요소는 경기력 유지였다. 전북에서 정규리그와 FA컵을 소화하면서 컨디션을 유지했던 부분이 컸다. 훈련을 열심히 하면서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책임감은 윌킨슨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그는 "호주축구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브라질에 가족들이 모두 동행했다. 경기가 끝난 뒤 가족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피로가 싹 가셨다. 스스로 강한 책임감이 들었다"고 했다.

윌킨슨의 국가대표 유효기간은 장담할 수 없다. 당장 내년 1월 호주아시안컵 멤버에 뽑히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희망을 꿈꿨다. 그는 "아시안컵이 열리기 전까지 6개월이란 시간이 있다. 긴 시간이기 때문에 많은 것이 변할 수 있다. 감독도 전 세계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선수를 데려올 수도 있고, 현재 선수로 갈 수 있다. 그래도 전북에서 꾸준하게 출전하면 아시안컵 출전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전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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