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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외국인 수비수 알렉스 윌킨슨(30)의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컵에는 승리도, 무승부도 없었다. 패배 뿐이었다. 조별리그에서 일찌감치 짐을 쌌다. 그러나 그의 퇴장은 아름다웠다. 호주대표팀의 핵심 수비수로 세계 강팀의 공격력을 잘 막아내 호평을 받았다. 10일 전주 송천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윌킨슨은 12일간의 잊지 못할 브라질의 추억을 되살렸다.
윌킨슨은 이번 대회에서 'K-리그의 명예'도 드높였다. 칠레전에서 후반 17분 바르가스의 슈팅이 골라인을 넘기 직전 걷어내기도 했다. 이후 K-리그 출신이라는 점이 전세계에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의 반응은 겸손했다. "그 위치에 서 있었기 때문에 걷어낼 수 있었다. 안도감이 들었다. 특히 내가 실점을 막은 뒤 우리 골이 들어가 기뻤다."
윌킨슨은 늦깎이 국가대표다. 올해 처음으로 호주 월드컵대표로 발탁됐다. 깜짝 선발이었다. 특히 A매치 3경기를 치르고 월드컵이란 메이저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전북에서 꾸준하게 출전기회를 잡았던 것이 꿈의 무대를 밟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그는 "감독이 생각하는 선수 선발의 첫 번째 요소는 경기력 유지였다. 전북에서 정규리그와 FA컵을 소화하면서 컨디션을 유지했던 부분이 컸다. 훈련을 열심히 하면서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윌킨슨의 국가대표 유효기간은 장담할 수 없다. 당장 내년 1월 호주아시안컵 멤버에 뽑히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희망을 꿈꿨다. 그는 "아시안컵이 열리기 전까지 6개월이란 시간이 있다. 긴 시간이기 때문에 많은 것이 변할 수 있다. 감독도 전 세계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선수를 데려올 수도 있고, 현재 선수로 갈 수 있다. 그래도 전북에서 꾸준하게 출전하면 아시안컵 출전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전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