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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쇼크'였다.
스포츠조선은 브라질의 악몽을 2018년 러시아월드컵의 환희로 채색하기 위해 'K-리그에서 길을 찾자'라는 테마로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은 K-리거였다. 월드컵이 끝나자 프로축구 경기장은 관중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러나 그 열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신기루'였다. 2006년 독일,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는 유럽파들이 전면에 서면서 '월드컵 효과'는 눈에 띄지 않았다.
그 사이 K-리그의 환경은 또 달라졌다. 프로축구는 지난해 30주년을 맞았다. 한 세대가 지나가고, 새로운 세대가 열렸다. 지난해 2부인 챌린지가 첫 선을 보였고, '꿈의 1, 2부 승강제'가 도입됐다. 올시즌 1부인 클래식은 12개팀, 챌린지는 10개팀, 총 22개팀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시아 무대에선 절대 강자로 자리잡았다. 2009년을 필두로 5회 연속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 무대에 올랐다. 2009년 포항, 2010년 성남, 2012년 울산이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2011년 전북, 2013년 FC서울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물론 우려도 공존한다. 양적 팽창에 주안점을 두면서 전반적인 질은 하락했다. 각 구단의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졌다. 거액을 받는 일부 국내 선수들은 해외 진출로 새 삶을 찾고 있다. 국내에 수혈되는 외국인 선수의 질도 떨어졌다. 그러나 투명한 리그 운영을 위한 선수 연봉 공개 등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도기다. 희망은 있다. 브라질월드컵의 수확은 K-리그의 재발견이었다. 러시아전에서 선제골을 터트린 이근호(상주 상무)의 '인간 승리'에 감동이 물결쳤고, 1m96의 고공폭격기 김신욱(울산)이 벨기에 장신 수비수 2명을 끌고다니며 공중볼을 따내는 장면에서 희열을 느꼈다. 벨기에전에서 골문을 지킨 김승규(울산)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브라질월드컵 최종엔트리 23명 중 K-리거는 6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또 다르다. 해외파 18명 가운데 12명이 K-리그에서 성공해 해외에 진출했다. 이청용(볼턴) 기성용(스완지시티)이 그 케이스다. K-리그를 경험하지 않은 선수는 손흥민(레버쿠젠) 한국영(가시와) 김영권(광저우 헝다) 등 6명 뿐이다.
결국 한국 축구의 미래는 K-리그에 있다. 혼수 상태인 한국 축구를 살리려면 K-리그가 먼저 호흡해야 한다. 그 열쇠는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국민들이 쥐고 있다. 하지만 K-리그는 웃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구단은 만성적인 적자 구도에 허덕이고 있다.
일반 국민들의 눈길도 돌아서고 있다. 최근 4년간 K-리그(1부)의 평균 관중은 하향 곡선이다. 2010년 1만771명에서 2011년 1만709명, 2012년 7157명으로 수직 하락했다. 7000명선에서 안착하는 분위기다. 지난해는 7656명에 불과했고, 12라운드가 흐른 올시즌 현재 7928명이다. 올시즌 평균 관중이 2만명을 넘은 구단은 수원이 유일하다. FC서울과 전북이 1만명을 넘었고, 그 외에는 3000~8000명선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2부인 챌린지는 사실상 그들만의 잔치다.
국내 리그 평균 관중이 7000명선에 불과한 국가가 월드컵을 누비는 것을 바라는 것은 사치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경우 2013~2014시즌 평균 관중이 4만3502명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3만6657명,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2만6702명이다. 그 외 월드컵 출전국도 최소 1만명은 넘는다.
한국 축구를 살리기 위한 첫 번째 길은 K-리그가 돼야 한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고, 새로운 얼굴도 탄생할 수 있다. 돈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유망주도 잡을 수 있다. 2006년 드래프트가 재도입되면서 100명이 넘는 유망주들이 일본 등 해외로 이적했지만 대다수가 길을 잃었다. 자유계약 제도가 재도입되고 있지만 일그러진 어제의 얼굴이다.
하부구조가 탄탄해야 한다. '4년 주기 월드컵 팬'이 한국 축구의 선전을 바란다면 K-리그에 눈을 돌려야 한다. 비판 또한 'K-리그 사랑'에서 시작돼야 한다. 그래야 반등할 수 있다. 어쩌면 한국 축구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