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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전은 16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일전이었다.
대량 실점을 허용한 이유는?
중앙 수비의 위치 선정이 1차적인 문제였다. 수비수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야 '바디 포지션'에 대한 능력과 습관이 되지 않았다. 오프사이드를 교묘하게 활용하더라도 상대 역습시 중앙 수비수는 대각선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알제리의 첫 골 과정에서 홍정호와 김영권이 나란히 뛰어들다 슬리마니, 한 명을 막지 못했다. 대각선 형태로 포진하면 앞쪽에 선 선수가 쇄도하는 공격수에 붙고, 쳐진 수비수가 정면에서 맞닥뜨리면서 저지하면 된다. 설사 뚫리더라도 시간을 벌 수 있다. 다른 선수가 커버플레이를 할 수 있다.
전반 슈팅 수 0, 왜
전반 알제리의 슈팅수는 12, 한국은 0이었다. 이유는 있다. 결국 득점까지 가려면 보이는 플레이가 아닌 창의적인 플레이가 필수다. 하지만 창의적인 플레이는 없었다. 대표 선수라면 패스를 받기 전 전방 20m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몸도 볼의 흐르는 방향과 함께해야 한다. 그러나 등을 지고 볼을 받으면서 템포를 죽였고, 백패스가 난무했다. 이는 한국 축구의 구조적인 한계다. 성적지상주의에 함몰돼 창의적인 플레이를 외면한 면이 없지 않다.
현대 축구는 역시 공간 싸움이다. 공격시에는 넓고, 깊은 플레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공간을 활용할 수 있고, 다양한 패턴의 공격이 이뤄질 수 있다. 많이 뛰는 것보다 경기 상황을 읽으며 생각의 속도를 가속시켜야 한다. 하지만 알제리전에선 공간 싸움에서 무릎을 꿇었다. 빠른 템포의 공격과 유리한 결과를 얻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후반에는 기적을 바랐지만 2선에서 1선으로 이어지는 전개 플레이가 한계를 보였다. 김신욱 카드를 쓸 수 밖에 없지만 단순한 '뻥축구'로 일관했다. 물론 '뻥축구'도 전술의 한 부분이다. 하지만 김신욱이 깊게 플레이하면서 중앙에 많은 공간이 생겼다. 그러나 공간을 활용한 효과적인 플레이가 나오지 않은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손흥민 그리고 벨기에
아직 끝이 아니다. 1경기가 남았다. 우리는 벨기에전에서 대승을 노려야 한다. 국민들도 마지막까지 대표팀을 응원해줘야 한다.
벨기에가 강하다고 하지만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처럼 기술 축구를 하는 팀은 아니다. 알제리가 오늘 플레이를 한 것 처럼 포지션간의 간격을 최대한 좁게 하고 강한 압박으로 몰아붙이면 승산이 있다. 볼을 차는 것보다 보는 것이 먼저라는 점도 잊지 않아야 한다. 또 전술, 투쟁력, 정신력 등 여러가지를 준비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 개개인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팀 전체가 더 조직적이고 쉽게 경기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손흥민의 성장은 한국 축구의 미래다. 월드컵 첫 골보다 더 인상적인 점은 패스를 받을 때 깊이 있는 움직임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상대 수비수들이 힘들 수 밖에 없다. 여기에다 볼을 받으면 빠른 드리블을 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생각의 속도만 높이면 정말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전 국가대표티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