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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전 뒷얘기]카펠로감독의 생일과 '기름손'아킨페예프의 사과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06-18 16:04


ⓒAFPBBNews = News1

○…한국-러시아의 첫경기가 열린 6월18일은 양팀 사령탑 모두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이날은 카펠로 러시아 감독의 68번째 생일이었다. 4년전 이날, 카펠로 감독은 남아공월드컵에서 잉글랜드대표팀을 이끌고 있었다.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최약체로 평가되던 알제리를 상대로 0대0 무승부를 기록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러시아대표팀을 이끌고 또다시 생일을 맞았다.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당연히 '승점 3점'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후반 29분 케르자코프의 골로 승점 1점을 얻었다. 이번에도 원하던 선물을 손에 넣지 못했다. 카펠로 감독은 "한국의 수비가 우리를 잘 막았다. 비긴 것도 최고의 생일선물"이라며 애써 미소 지었다. 홍 감독에게도 이날은 의미깊다. 정확히 20년 전인 1994년 6월 18일 미국월드컵 스페인전에서 자신의 월드컵 첫 골을 터뜨렸다. 짜릿한 프리킥골에 이어 서정원(현 수원삼성 감독)의 추가골까지 도우며 2대2 무승부를 이끌었다. 20년후 브라질, 월드컵 감독 데뷔전에서 믿는 만큼 자라준 '홍명보의 아이들'에게 첫 승점을 선물받았다.

○…18일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러시아전 무승부(1대1 무) 직후, 카펠로 감독은 홍명보호 센터백 김영권(24·광저우 헝다)을 향해 손짓했다. 상대팀 선수와 다정하게 담소를 나눴다. 무슨 얘기였을까. 궁금증은 곧 풀렸다. 김영권은 "카펠로 감독이 마르셀로 리피 감독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하더라"고 했다. 리피 감독은 김영권의 소속팀 광저우 헝다의 사령탑이다. 카펠로 감독과 함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명장으로, 세리에A 시절 절친이자 라이벌이었다. 치열한 전투가 끝난 뒤 상대팀 선수에게 안부인사를 건네는 '명장의 여유'였다.

○…경기 전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선수들의 이름까지 외울 필요는 없다"는 카펠로 감독의 도발에 홍 감독은 "외국인 입장에선 한국식 이름이 외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대범하게 맞받아쳤다. 한-러 사령탑의 지능적인 설전 2라운드가 그라운드에서 펼쳐졌다. 러시아전 전반 37분, 수비수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가 상대 선수와 충돌해 그라운드에 쓰러지자 홍 감독은 벤치를 박차고 일어났다. 주심을 향해 소리치며 '왜 경고를 주지 않느냐'는 강력한 제스처를 취했다. 이를 지켜보던 카펠로 감독이 발끈했다. 홍 감독을 향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두 팔을 벌리더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홍 감독도 참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카펠로 감독을 가리키면서 몇마디 설전을 주고받았다. 벤치 기싸움에서 한치도 밀리지 않았다.

○…큰무대에서 베테랑의 힘은 강했다. '23세 러시아 신성' 코코린은 원톱으로 나선 월드컵 데뷔전에서 한국 '센터백 듀오' 홍정호-김영권에게 꽁꽁 묶였다. 결국 해결사는 후반 조커로 투입된 '백전노장' 케르자코프였다. 후반 29분 천금같은 동점골로 러시아를 살렸다. 32세 케르자코프는 12년만에 월드컵본선에 오른 러시아에서 유일한 월드컵 유경험자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유망주로 참가했다. 브라질월드컵 예선에서도 팀내 최다인 5골을 터뜨렸다. A매치 81경기에서 25골, 현역선수 최다골을 기록중이다. 탁월한 위치선정 능력과 노련한 경험치로 위기의 러시아를 구했다.

○…러시아 언론 등 외신들은 이근호의 골을 놓친 골키퍼 이고리 아킨페예프의 실수를 대서특필했다. '역대 월드컵 골키퍼 10대 실수'로까지 거론됐다. 케르자코프의 동점골이 아킨페예프를 살렸다. 경기후 카펠로 감독은 '아킨페예프는 좋은 골키퍼다. 실수는 언제든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로 선수의 실수를 감쌌다. 아킨페예프는 인터뷰에서 고개를 숙였다. "어린애 같은 실수였다. 너무 쉽게 처리하려다 실수를 범했다. 러시아 팬들과팀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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