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러시아의 첫경기가 열린 6월18일은 양팀 사령탑 모두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이날은 카펠로 러시아 감독의 68번째 생일이었다. 4년전 이날, 카펠로 감독은 남아공월드컵에서 잉글랜드대표팀을 이끌고 있었다.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최약체로 평가되던 알제리를 상대로 0대0 무승부를 기록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러시아대표팀을 이끌고 또다시 생일을 맞았다.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당연히 '승점 3점'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후반 29분 케르자코프의 골로 승점 1점을 얻었다. 이번에도 원하던 선물을 손에 넣지 못했다. 카펠로 감독은 "한국의 수비가 우리를 잘 막았다. 비긴 것도 최고의 생일선물"이라며 애써 미소 지었다. 홍 감독에게도 이날은 의미깊다. 정확히 20년 전인 1994년 6월 18일 미국월드컵 스페인전에서 자신의 월드컵 첫 골을 터뜨렸다. 짜릿한 프리킥골에 이어 서정원(현 수원삼성 감독)의 추가골까지 도우며 2대2 무승부를 이끌었다. 20년후 브라질, 월드컵 감독 데뷔전에서 믿는 만큼 자라준 '홍명보의 아이들'에게 첫 승점을 선물받았다.
○…큰무대에서 베테랑의 힘은 강했다. '23세 러시아 신성' 코코린은 원톱으로 나선 월드컵 데뷔전에서 한국 '센터백 듀오' 홍정호-김영권에게 꽁꽁 묶였다. 결국 해결사는 후반 조커로 투입된 '백전노장' 케르자코프였다. 후반 29분 천금같은 동점골로 러시아를 살렸다. 32세 케르자코프는 12년만에 월드컵본선에 오른 러시아에서 유일한 월드컵 유경험자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유망주로 참가했다. 브라질월드컵 예선에서도 팀내 최다인 5골을 터뜨렸다. A매치 81경기에서 25골, 현역선수 최다골을 기록중이다. 탁월한 위치선정 능력과 노련한 경험치로 위기의 러시아를 구했다.
○…러시아 언론 등 외신들은 이근호의 골을 놓친 골키퍼 이고리 아킨페예프의 실수를 대서특필했다. '역대 월드컵 골키퍼 10대 실수'로까지 거론됐다. 케르자코프의 동점골이 아킨페예프를 살렸다. 경기후 카펠로 감독은 '아킨페예프는 좋은 골키퍼다. 실수는 언제든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로 선수의 실수를 감쌌다. 아킨페예프는 인터뷰에서 고개를 숙였다. "어린애 같은 실수였다. 너무 쉽게 처리하려다 실수를 범했다. 러시아 팬들과팀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