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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한 무리 떼의 아이들이 골목을 훑고 썰물처럼 사라진다.
"말 보다는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더 이상 포기할 수 없다." 벼랑 끝에 선 그의 출사표였다. 닷새 후 대반전이 있었다.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2대2 무)이었다. 후반 4분 드디어 골망이 출렁였다. 그는 전매특허인 프리킥으로 팀의 두 번째 골을 터트리며 월드컵 원정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박주영(29·아스널), 먼 길을 돌아왔다. '축구 천재'의 지난 4년은 파란만장했다. 병역 연기 논란에 휩싸였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축구 사상 첫 동메달을 목에 걸며 수렁에서 탈출하는 듯 했다. 하지만 새롭게 둥지를 튼 아스널은 족쇄였다. 월드컵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을 지울 수 없었다.
러시아전을 앞두고 4년 전의 기분좋은 기억을 떠올릴 만하다. 박주영은 "(당시와 비교해) 컨디션은 괜찮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강력한 중원 압박과 역습을 즐기는 러시아는 만만치 않은 상대다. 파워 넘치는 수비는 최전방에서 싸워야 할 박주영에겐 부담이 될 만하다. 그는 "러시아전에서 팀이 승리하는 게 각오"라며 "(전방에 위치하는 만큼) 수비부터 공격까지 모두 열심히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주영의 킬러 본능이 살아나야 러시아를 넘을 수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