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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전]박주영 원톱 출격, 2회 연속 월드컵 골 도전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6-18 05:59


2014브라질월드컵 대표팀이 8일(한국시간) 미국 전지훈련장인 마이애미 세인트토마스 대학교에서 9일째 훈련을 진행했다. 대표팀 박주영이 문전에서 슈팅 훈련을 하고 있다.
브라질에 들어가기 전 시차와 고온의 기후 등을 적응하기 위해 마이애미에 훈련캠프를 차린 대표팀은 9일까지 적응훈련을 마친후 10일 가나와 최종 평가전을 마치고 브라질로 떠난다.
마이애미(미국)=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6.08/

순간 한 무리 떼의 아이들이 골목을 훑고 썰물처럼 사라진다.

살짝 먼지가 나풀거리는 골목엔 깨진 유리창과 축구공 그리고 한 소년만이 덩그러니 남는다. 한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소년은 너무나 익숙한 모습으로 종이에 뭔가를 긁적인다. 깨알 같은 글씨로 적어내려 간 집 전화번호다. 몇 시간 뒤 한 아주머니 또한 능숙한 솜씨로 같은 골목을 찾아 깨진 유리창 값을 변상해준다. 넓은 학교 운동장도 좋았지만 좁은 골목이 더 편했다. 사방으로 공을 차도 멀리 도망갈 염려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골목집 유리창이 남아나질 않았다.

시간이 흘렀고, 한국 축구의 간판 스트라이커로 성장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선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월드컵 첫 골이 자책골이었다.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1대4 패), 전반 17분이었다. 메시가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에서 크로스 한 볼이 그의 오른발을 맞고 그대로 골문에 꽂혔다. 어이가 없는 듯 그는 허공만 바라봤다.

"말 보다는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더 이상 포기할 수 없다." 벼랑 끝에 선 그의 출사표였다. 닷새 후 대반전이 있었다.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2대2 무)이었다. 후반 4분 드디어 골망이 출렁였다. 그는 전매특허인 프리킥으로 팀의 두 번째 골을 터트리며 월드컵 원정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박주영(29·아스널), 먼 길을 돌아왔다. '축구 천재'의 지난 4년은 파란만장했다. 병역 연기 논란에 휩싸였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축구 사상 첫 동메달을 목에 걸며 수렁에서 탈출하는 듯 했다. 하지만 새롭게 둥지를 튼 아스널은 족쇄였다. 월드컵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을 지울 수 없었다.

드디어 출격이다. 박주영이 18일 오전 7시(이하 한국시각) 브라질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날에서 펼쳐질 러시아와의 브라질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H조 1차전에 원톱으로 출격한다. 그의 고지는 월드컵 2회 연속골이다.

러시아전을 앞두고 4년 전의 기분좋은 기억을 떠올릴 만하다. 박주영은 "(당시와 비교해) 컨디션은 괜찮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강력한 중원 압박과 역습을 즐기는 러시아는 만만치 않은 상대다. 파워 넘치는 수비는 최전방에서 싸워야 할 박주영에겐 부담이 될 만하다. 그는 "러시아전에서 팀이 승리하는 게 각오"라며 "(전방에 위치하는 만큼) 수비부터 공격까지 모두 열심히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주영의 킬러 본능이 살아나야 러시아를 넘을 수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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