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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자의 開口]남은 일주일, 필요한 건 기적이 아니라 응원이다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4-06-11 09:01


몸을 풀고 있는 월드컵대표팀. 마이애미(미국)=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0대4. 참패를 당했다. 마지막 평가전은 실망 그 자체였다.

상대팀 가나가 강팀인 건 맞다. 하지만 베스트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10일 평가전은 낙제점이었다.

첫 골, 또 수비의 실수였다. 약점이 다시 드러났다. 두번째 골, 음, 이건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다. 주심의 휘슬은 울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선수들이 자의적으로 판단했다. 반칙이라며 제스처를 취했다. 그 사이 실점. 좀 어이가 없었다. 세번째 골, 할 말을 잃었다. 네번째 골, 도대체 수비는 뭐하는 건가.

평가전일 뿐이라고 생각하려 했다. 하지만 너무 실망스러웠다. 경기내용은 '두번째'다. 무엇보다 태극전사들은 '전사'여야 했다. 그런 투지를 느낄 수 없었다.

경기 뒤 분위기는 침통이었다. 선수들의 얼굴은 '당연히' 어두웠다. 손흥민은 타월로 얼굴을 가렸다.

믹스트존 인터뷰, 많이 느꼈다고들 했다. 손흥민은 "안좋은 결과다. (팬들이) 실망하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조직력은 나쁘지 않았다. 좋은 장면도 분명히 있었다"고 했다. "축구는 상대성이 있다. 러시아전이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제 더 이상의 평가는 없다. 그라운드에서 파이팅을 하고 신중한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고도 했다. 이청용은 "결과가 아쉽지만,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가나처럼 높은 수준의 팀을 상대하면서 선수들이 분명히 배운 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은 "아직 실망하기는 이르다. 본선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하겠다"고 했다.

러시아와의 첫 경기(18일)까지 일주일이 남았다. 그 시간동안 달라질 수 있을까.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K-리그 감독들,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그랬으면 정말 좋겠다.

하지만 주변 분위기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경기 뒤 당장 비난이 이어졌다. 그런 경기를 했으니 당연했다. 화살을 피할수는 없다. 돌이켜 보면, 이처럼 말이 많은 대표팀도 없었던 것 같다. 홍명보호는 수많은 논란속에서 준비를 해왔다. 논란을 위한 논란도 많았다. 한편에서는 '무의미한 논란은 그만하자'며 두둔도 했다.


기자는 후자쪽이다. 논란보다는 격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비판은 결과가 나온 뒤 해도 늦지 않다는 쪽이다. 물론 이런 경기를 보고나면 생각이 흔들린다.

일부에서는 '기적'이 필요하다고까지 한다. 믿을만한 구석이 없다고도 한다. 만약, 선수들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럴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전사'의 모습이 없었다. 결과에 상관없이 당당할 수 있는 투혼이 없었다. 가나전은 그랬다. 평가전이라고 해도 좀 너무 했다.

여러가지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우리들이 모르는 뭔가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켜본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이다. 그렇다면 '뭔가'와 '사정'은 변명일 뿐이다.

당연히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 믿음에 실망은 잠시 접어두겠다. 중요한 건 본선이다. 지금까지는 준비일 뿐이다. 이제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이해도 구할 수 없다. 경기장에서 모든 말을 해야 한다.

일주일 남았다.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간이다. 홍 감독과 선수들이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다. 그런 홍명보호에 대한 질책은 잠시 참아두자. 그게 맞는 것 같다. 지켜보는 우리가 지금 해야 할 건 더 큰 응원이 아닐까 싶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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