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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리포트]홍명보호 가로막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6-08 08:27



홍명보호가 낙뢰(벼락) 탓에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8일(한국시각) 세인트토마스대학 운동장에는 홍명보호의 훈련 시작을 10여분 앞두고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졌다. 곧 하늘이 먹구름으로 뒤덮였고 벼락이 내리치기 시작했다. 대학 관계자는 "그라운드에 있다가 벼락을 맞을 수도 있으니, 서둘러 자리를 피해주기 바란다"고 외쳤다. 다른 선수들보다 훈련장에 미리 도착해 취재진 인터뷰를 한 김창수(가시와)는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훈련장에 도착한 월드컵대표팀 선수단 역시 그라운드를 밟지도 못한 채 라커룸으로 종종걸음을 쳤다. 홍명보 월드컵대표팀 감독과 코칭스태프 모두 하늘을 올려 봤지만, 딱히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30분을 기다리다 결국 운동장 옆에 위치한 세인트토마스대학 체육관 내 체력단련실을 빌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기로 했다. 허정무 월드컵대표팀 단장은 "현역과 지도자 시절을 통틀어 벼락 때문에 훈련을 못하긴 처음"이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마이애미는 더위와 습도만 있는 게 아니다. 벼락의 도시이기도 하다. 매일 반복되는 TV 일기예보엔 벼락 주의보가 빠지지 않는다. 하늘에서 언제 낙뢰가 칠 지 모르니 항시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지에는 벼락이 칠 때 사이렌을 울리는 경보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벼락이 치는 빈도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끝없이 펼쳐진 해변과 화씨 섭씨 38도의 무더위는 마이애미의 겉모습일 뿐이다. 대서양과 맞닿은 마이애미의 변덕스런 날씨는 종잡을 수가 없다.

홍명보호는 마이애미 도착 1주일이 넘도록 벼락을 만난 적이 없었다. 훈련을 앞두고 장대비가 내린 적은 몇 차례 있다. 그러나 훈련 때는 뜨거운 태양과 높은 습도가 그라운드를 달궜다. 훈련장인 세인트토마스대학 운동장의 배수 시설이 물기 하나 남기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 비의 방해도 받지 않았다. 습도가 문제였다. 물을 잔뜩 머금고 있다가 뜨거운 햇빛 속에 열기를 내뿜는 그라운드가 홍명보호의 숨을 막히게 했다. 오는 18일 러시아와의 첫 경기가 열릴 브라질 쿠이아바의 습도는 충분히 이겨내고도 남는 수준이다. 조준헌 월드컵대표팀 미디어담당관은 "7일 비공개 훈련은 너무 더웠다"고 혀를 내둘렀다. 소문만 무성했던 벼락의 실체를 확인한 홍명보호는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월드컵대표팀은 훈련장 도착 1시간 30분 뒤에야 겨우 훈련에 나설 수 있었다.

홍명보호와 지척인 잉글랜드 대표팀도 벼락 소동을 피하지 못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앞서 마이애미에서 전지훈련 중인 잉글랜드는 8일엔 선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온두라스와 최종 모의고사를 치렀다. 그러나 전반 22분 경기장에 내리친 벼락으로 경기가 중단되고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영국 언론에서는 '영국의 을씨년한 날씨가 잉글랜드 대표팀을 따라 마이애미까지 찾아왔다'고 촌평했다.
마이애미(미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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