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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리포트]英-에콰도르 평가전, 본선 못지 않은 열기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6-05 09:43


'축구 불모지' 미국이 오랜만에 월드컵 분위기에 휩싸였다.

5일(한국시각) 잉글랜드-에콰도르 간의 평가전이 열린 미국 마이애미의 선라이프 스타디움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축소판이었다. 흰색(잉글랜드) 노란색(에콰도르)의 물결이 펼쳐졌다. 경기시작 1시간 전부터 길게 줄을 늘어선 양팀 팬들의 모습은 평가전보다는 월드컵 본선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종가' 잉글랜드 팬들은 곳곳에서 맥주를 들고 응원가를 외치면서 흥을 돋우었다. 에콰도르 팬들은 마냥 신이 난 모습이었다. 승패는 초월했다. 수많은 에콰도르인들이 한데 모였다는 사실 자체로 기쁜 모습이었다. 이날 선라이프 스타디움을 찾은 관중 수는 2만1000여명, 제3국에서 열린 평가전 치고는 결코 적지 않은 숫자였다.

판을 벌여놓은 미국은 재빨랐다. 선라이프 스타디움은 미식축구(NFL) 마이애미 돌핀스의 홈구장이다. 그러나 이날 만큼은 경기장 기념품숍이 축구로 '커밍아웃' 했다. 잉글랜드와 에콰도르 응원 용품을 내걸로 판매에 열을 올렸다. 그러면서 뒷편에는 돌핀스 상품을 진열해놓고 이목을 끌었다. 축구용품 구매를 위해 기념품숍을 찾던 이들이 돌핀스 기념품을 들고 관중석으로 올라갔다.

축제를 즐기는 법도 알고 있었다. 경기장 장내 아나운서는 양팀을 한껏 추켜세우면서 팬들의 함성을 이끌어낸 뒤 선수 입장을 선언했다. 양팀 팬들의 열띤 구호 속에 입장하는 양팀 선수들의 모습은 마치 프로복싱 경기와 다르지 않은 느낌이었다. 양국 국가 연주에 앞서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지지 않았다면 월드컵 본선이 열리는 브라질과 다를 바 없었다.

에콰도르가 먼저 웃었다. 경기시작 8분 만에 발렌시아의 그림같은 헤딩골이 터지자 에콰도르 관중들이 '에콰도르!'를 연호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한껏 구호를 외치던 잉글랜드 팬들은 심각한 얼굴로 전광판에 비치는 로이 호지슨 잉글랜드 감독의 얼굴을 흘겨볼 뿐이었다. 전반 29분 문전 혼전 끝에 루니의 동점골이 터지자 비로소 웃었다. 후반 8분 램버트의 역전골이 터지자 곳곳에서 승리를 예감이라도 한 듯 국가인 '갓 세이브 더 퀸(God save the queen·신이여 여왕을 보호하소서)'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에콰도르는 자국 관중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후반 중반 아로요의 그림같은 중거리포가 골망을 가르자 노란 물결이 경기장을 휘감았다. 후반 막판에 발렌시아(맨유·에콰도르)가 스털링(리버풀·잉글랜드)의 거친 태클에 격분해 몸싸움을 벌이다 동반 퇴장을 당했다. 맨유 소속인 잉글랜드 선수들은 발렌시아를 제지하지 않았고, 벤치에 앉아 있던 제라드가 퇴장 당한 스털링을 위로하며 라커룸까지 배웅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앙숙 맨유-리버풀의 싸움은 마이애미에서도 이어졌다.

홍명보호는 이날 고요함을 즐겼다. 재충전에 들어갔다. 공식 일정 없이 휴식에 들어갔다. 지난달 31일 마이애미 도착 뒤 세인트토마스대학 운동장과 숙소인 턴베리아이슬리조트에서 쉴틈없이 달렸다. 강훈련에 황열병 예방 접종 후유증까지 겹치면서 선수들이 미열 증세로 이탈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강훈련을 예고했던 홍 감독조차 미열 증세로 대표팀 관계자들을 긴장시켰다. 결국 '올스톱'이 선언됐다. 홍 감독은 국내 취재진과 45분 간 간담회를 갖고 그간의 소회와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브라질월드컵 개막이 10일도 남지 않았다. 마이애미에서 서서히 분위기가 달궈지고 있다.
마이애미(미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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