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브라질월드컵 H조 상대인 러시아와 벨기에의 속살이 드러났다. 27일 러시아와 벨기에는 각각 슬로바키아, 룩셈부르크와 평가전을 치렀다. 발을 맞춘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 100% 전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상대도 약해 큰 문제점이 드러나지도 않았다. 홍명보 월드컵대표팀 감독은 튀니지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어제 경기를 다 확인했다. 주요 몇몇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았다. 어제 경기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것은 의미없다. 다만 공격과 수비의 패턴은 그동안 분석해왔던 것에 비해 어제 경기를 통해서 더 잘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상대의 작은 약점 하나라도 놓칠 수 없는 홍명보호를 위한 러시아와 벨기에의 약점 리포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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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카펠로 감독은 케르자코프를 투입했다. 케르자코프는 후반 37분 카누니코프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하며 결승골을 뽑아냈다. 인상적인 움직임을 통해 만든 골은 아니었지만, 찬스를 놓치지 않는 결정력만큼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수비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케르자코프의 골이 터졌지만, 카펠로 감독의 걱정을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케르자코프는 활동량이 적어 상대 수비에 큰 부담을 주지 못한다. 포그레브냑을 엔트리에서 제외한 카펠로 감독 입장에서는 코코린과 케르자코프 중 누구를 원톱으로 기용할지 첫 경기까지 고민해야 할 듯 하다.
수비는 명성대로 였다. 유럽 예선 10경기에서 5실점을 기록한 짠물 축구는 계속됐다. 수비라인과 미드필드의 간격을 좁혀 촘촘히 블록을 형성하는 카펠로 감독 특유의 수비축구가 완전히 자리잡았다. 슬로바키아에 함식 등 핵심 공격수가 제외됐지만, 경기 내내 수비 전형이 흐트러지지 않고 유지된 점은 인상적이었다. 공격수들의 적극적인 수비가담도 좋았다. 정적인 센터백과 달리 좌우 윙백의 날카로운 오버래핑도 주의해야할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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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셈부르크전은 벨기에의 장단점이 명확히 드러난 경기였다. 벨기에는 사실상 정예멤버로 경기에 임했다. 공격은 화끈했고, 수비는 흔들렸다. 5골을 넣은 공격력보다도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약체인 룩셈부르크를 상대로 또 다시 골을 내줬다는 점이 우리에게는 희망적이다. 벨기에는 룩셈부르크전 5대1 승리 전까지 4경기 연속 무승(2무2패)의 부진에 빠졌다. 경기당 2실점 이상을 했다. 유럽예선 10경기 4실점을 했던 모습과는 정반대다.
벨기에 수비진의 개인기량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콤파니는 세계 최고의 수비수 중 하나이며, 베르통언은 빅클럽의 러브콜을 한몸에 받고 있다. 베르마엘렌, 알더바이렐트 역시 빅클럽에서 뛰는 좋은 선수들이다. 하지만 하나로 뭉친 이들의 결과물은 신통치 않다. 일단 좌우측면 수비가 약하다. 베르통언과 알더바이렐트는 측면과 중앙을 모두 소화할 수 있지만, 정통 윙백은 아니다. 최근에는 센터백으로 더 많은 활약을 펼쳤다. 그렇다보니 측면에서 하는 수비가 익숙치 않아 보인다. 스피드와 개인능력이 있는 선수들임에도 불구하고 상대 공격수와의 1대1에서 자주 뚫리고 있다. 손흥민 이청용이라는 걸출한 측면 공격수를 보유한 홍명보호는 뒷공간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측면이 부실하니 중앙까지 여파가 미치고 있다. 최근 벨기에 부진에는 콤파니의 부진이 한 몫을 하고 있다. 콤파니는 집중력 부족으로 어이 없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상대 역시 콤파니의 공격 성향을 역이용해 오히려 타깃으로 삼고있다. 콤파니는 이날 평가전에서 전반이 마친 뒤 교체되는 수모를 겪었다.
수비 불안과 달리 공격진은 역시 예상대로 최고의 화력을 과시했다. 특히 벤테케가 빠진 최전방을 맡을 루카쿠의 득점력이 돋보였다. 루카쿠는 이날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거구임에도 유연한 발재간과 스피드를 가진 루카쿠는 빼어난 결정력까지 과시하며 벨기에의 주전 공격수로 확실히 자리매김을 했다. 아자르, 미랄라스, 데 브루인, 샤들리, 야누자이 등 2선 공격수들도 위력적이었다. 맨유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인 펠라이니의 부활도 눈에 띄었다. 펠라이니는 후방과 2선을 오가며 강력한 압박과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펼쳤다. 세트피스에서는 제공권을 바탕으로 상대에 위협을 가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