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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2년 전,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는 무려 44년 만에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 이듬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며 승점 11점 뒤진 2위에 그쳤지만, EPL 왕좌를 재탈환하는 데엔 고작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9위까지 추락한 순위는 지난해 11월 말 4위로 수직 상승했고, 이후 꾸준히 윗동네에서 싸우며 우승에 성공했다. 2년 전만 해도 '반짝 우승'이라며 깎아내리는 시선이 존재했지만, 올 시즌 리그-리그컵을 동시에 누린 맨시티의 저력을 만만하게 볼 수만은 없다.
그럼에도 맨시티가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은 데엔 공격진의 폭격이 있었다. 올 시즌 리그 무득점 경기는 고작 4회. 경기당 2.68골을 쏟아냈다. 가장 큰 성과는 잡을 팀은 확실히 잡았다는 것이다. 시즌 말미로 갈수록 경기 성향엔 변화가 생긴다. 강등을 우려한 (중)하위권은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해 라인을 내리기 마련이고, 여러 대회를 병행하며 지칠 대로 지친 강팀이 이를 뚫지 못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실제 첼시의 우승 불씨가 완전히 소멸한 것도 37라운드 노리치전 0-0 무승부였다. 반면 맨시티는 한결같이 무자비했다. (중)상위권 팀도 가리지 않았다. 토트넘에 11골, 아스널과 맨유에 7골, 에버튼에 6골을 안기며 차례대로 박살 냈다.
1,700억 원가량을 쏟아부었다. 페예그리니의 전술, 전략도 잘 먹혀들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도 늘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한 팀 전력 덕에 가능했다. 일정에 대한 불만은 보통 무리뉴의 입에서 많이 나오곤 했는데, 실상 따지고 보면 EPL 클럽 중 가장 잔혹한 일정을 보낸 건 맨시티였다. 첼시가 기성용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캐피탈원컵을 끝낸 반면, 맨시티는 1월 내내 주중 경기를 쉬지 못했다. 새해를 맞은 뒤에도 나 홀로 박싱데이를 보낸 맨시티에 팀 밸런스를 무너뜨릴 만한 대형 부상이 없었다는 건 엄청난 힘이었다. 램지를 비롯한 부상 도미노가 몇몇 선수의 과부하를 불러왔던 아스널을 보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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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도, 부상 변수도 실력이다. 이 부분에서 앞선 맨시티가 결국엔 리버풀, 첼시와의 우승 3파전에서 살아남았다. 여름을 거친 맨시티가 8월에는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자못 궁금하다. 리버풀은 화끈하게 생존 신고를 마쳤고, 첼시는 여러 영입설에 이를 갈고 있다. 아스널이 또 한 번 지갑을 여느냐도, 맨유가 어떻게 리빌딩 과정을 거치느냐도 중대한 관건이 될 것이다. 춘추 전국시대가 될 EPL, 이 가운데 어느 정도의 입지를 차지할 수 있을까. 또, 조별 탈락 2회-16강 진출에 그친 챔피언스리그에서 더 높이 날 수 있을까.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