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팀 감독 자리는 '독이 든 성배'에 비유된다.
홍 감독은 정면돌파를 택했다. 스스로 퇴로를 끊었다. "내가 원칙을 깬 게 맞다." 고심 담긴 명단을 둘러싼 비판에 맞서 허심탄회하게 심정을 풀어 놓았다. 그는 "어떤 선발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면서 "원칙대로 갔다면 선수 선발도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고민을 했다. 선수 선발은 치열한 경쟁을 거쳤다. 이 팀을 바라볼 때 저도 여러분 만큼 고심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박주영의 조기 귀국이 '황제훈련'이라는 자극적인 문구로 포장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엄포를 놓았다. "이 자리에 축구 기자들이 모여 계시니 이야기 하겠다. 앞으로는 모두가 축구에 대해 논해주기 바란다. 지금은 소모적인 논쟁을 할 시기가 아니다. 축구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외부의 논란과 달리 홍명보호는 평온하기만 하다. 결연한 의지 속에 파주NFC의 문을 연 선수들은 훈련복을 갈아입고 나선 그라운드서 웃음꽃을 피웠다. 홍 감독은 "팀 내부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 외부의 시선도 중요하다. 내외부를 놓고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할 지 생각을 했다. 외부의 목소리에도 귀기울이고 있다"면서도 "지금 상황에선 최선을 다해 결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힘주어 말했다. 원점에서의 출발도 재차 강조했다.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내 머릿속에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은 지워진 지 오래다. 월드컵은 분명히 다른 무대다. 남은 시간엔 대표팀의 발전만 생각하고 싶다. 지난 영광은 지웠다."
소모적인 논란은 감정의 골만 깊게 만들 뿐이다. 모든 평가는 본선 3경기가 끝난 뒤 해도 늦지 않다.
파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