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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꼬리표를 뗐다. 4년 전에 흘린 눈물은 오늘의 기쁨을 위한 전주곡이었다.
이근호는 7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의 주역이었다.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과 최종예선 10경기에 출전, 3골을 넣었다. 최종예선까지 그의 입지는 튼튼했다. 그러나 이후 15개월 동안 한 골도 넣지 못하며 슬럼프에 빠졌다. 결국 전지훈련 캠프인 오스트리아에서 쓸쓸히 짐을 싸야 했다.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했다. 나란히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곽태휘와 이근호의 충격은 컸다. 곽태휘는 "남아공과는 운이 닿지 않았다"고 했다. 이근호는 대표팀 트레이닝복 대신 면세점에서 산 옷으로 갈아 입고 취재진을 피해 공항을 빠져나갔다.
눈물의 드라마는 끝이 났다. 한 번도 머릿속에서 지우지 않았던 월드컵의 문이 활짝 열렸다. 곽태휘는 유일한 30대이자 대표팀의 맏형으로 홍명보호에 승선했다. 곽태휘에게 주연, 조연은 중요하지 않다. 꿈에 그리던 월드컵이다. "무슨 역할이든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다 할 것이다."
이근호도 공격수 한 자리를 꿰찼다. 4년간 한 단계 또 성장했다. 201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선수', 2013년 K-리그 챌린지 득점왕-MVP의 타이틀도 달았다. 이근호는 "내 이름을 듣는 순간 기쁘고 울컥했다. 꿈이 이뤄졌다"며 기뻐했다. 가장 먼저 부모님과 통화를 했다. 부모님의 한 마디에 4년전 악몽을 모두 잊었다. "어머니가 '4년전 기억이 떠 올랐는데 어버이날 최고의 선물을 받은 것 같다'며 감격스러워하셨다." 아픔을 공유한 곽태휘와의 동반 발탁, 기쁨도 두 배였다. 이근호는 "명단 발표 며칠 전에 태휘형과 통화했다. '같이 (브라질에) 가면 좋겠다'고 얘기했는데 함께 가게 돼서 정말 기쁘다"고 덧붙였다. 33세와 29세에 맞게 된 생애 첫 월드컵 무대, '비운의 월드컵 드라마'가 이제 해피엔딩만을 남겨 두게 됐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