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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잣집 도련님이라는데 내 캐릭터가 그렇진 않다. 나도 상당히 거칠게 살아왔다." "거칠게 살아왔다는데 기왓집 안에 있으면 부잣집 도련님이지."
말 한마디, 한마디에 칼이 있었다. 서울과 전북이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올시즌 처음으로 맞닥뜨렸다.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6라운드였다. 지난해 포항이 정상에 등극하면서 흐름이 끊겼으나 2009년 전북, 2010년 서울, 2011년 전북, 2012년 서울, 우승컵을 양분했다. 라이벌로 자리잡았다. 최용수 감독은 경기 전 최강희 감독에게 찾아가 90도 인사를 했다. 물론 양보는 없었다. '최'와 '최'의 대결, 그라운드는 뜨거웠다. 피튀기는 승부였다. 하지만 누구도 웃지 못했다. 1대1로 혈전은 막을 내렸다.
허를 찔린 최, 살리지 못한 최
균형은 경기 시작 3분 만에 깨졌다. 페널티에어리어에서 서울의 윤일록이 전북 이규로를 밀어 페널티킥을 내줬다. 레오나르도가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체력적인 부담은 전북의 발목을 잡았다. 좀처럼 플레이가 살아나지 않았다. 서울이 주도권을 잡았다. 김현성과 윤일록 고요한이 공격을 이끌었다. 전반 27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김현성이 하프라인 부근에서 절묘한 헤딩패스로 윤일록에게 기회를 만들어줬다. 20여m를 드리블 한 그는 수비진 사이를 뚫는 감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슈팅수 10대6, 볼점유율 53대47, 서울이 우세한 경기를 펼쳤지만 두 팀 모두 더 이상 골문을 열지 못했다.
역시 ACL과 병행하면서 두 팀 모두 한계에 부딪혔다. 체력과 아쉬움은 두 감독의 공통분모였다. 최강희 감독은 "비기게 되면 양팀 모두 아쉽다. 오늘은 어떤 식으로든 승부를 내고 싶었지만 결국은 계속 되풀이 되지만 체력이 떨어지다보면 경기 운영이나 질이 떨어졌다"고 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도 "홈팬들 앞에서 승리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아쉽게 좋은 결과가 나오지 못했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지만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선수들이 마무리 단계에서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이동국과 김진규, 승부수였지만…
전북의 이동국은 광저우전 후 오른쪽 새끼 발가락 부근을 세 바늘 꿰맸다. 서울전 출전이 불투명했다. 최강희 감독은 "쉬라고 해도 본인이 진통제를 맞으면 뛰는데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경기가 풀리지 않자 후반 9분 이동국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강희 감독은 "안 좋을 줄은 알았는데 경기 내용이 워낙 안 좋았다. 전반 최전방에서 볼키핑이 안되다보니 계속 어려운 경기를 했다. 동국이도 45분 정도는 소화할 수 있다고 해서 일찍 투입했다"고 했다. 그러나 승부수는 되지 못했다.
서울은 후반 43분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전북 골키퍼 권순태의 6초룰 위반으로 페널티에어리어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골키퍼가 6초 이상 볼을 소유할 경우 간접프리킥이 주어진다. 김진규가 전북의 두터운 수비벽을 뚫고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그러나 볼은 크로스바를 강타하고 흘러나왔다. 최용수 감독은 "골대는 물론 PK 징크스도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라며 아파했다. 서울은 최근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3차례 얻은 페널티킥 기회를 허공으로 날렸다.
후반 최강희 감독은 3장, 최용수 서울 감독은 2장의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성에 차지 않지만 두 감독 모두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다. 다만 손에 땀을 쥐게하는 일진일퇴의 공방에 90분이 어떻게 흘러간지 모를 정도로 박진감이 넘쳤다. K-리그의 '희망 매치'였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