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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심의 한 방이었다. '유럽파' 기성용(선덜랜드)과 손흥민(레버쿠젠)이 같은날 부진 탈출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기성용이 유럽 무대에서 첫 헤딩 득점에 성공했다. 기성용은 0-2로 뒤진 후반 16분 공격수 위컴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공격수로 투입돼 마음껏 '공격 본능'을 뽐냈다. 두 차례 중거리 슈팅으로 리버풀 수비진을 긴장시킨 기성용은 후반 31분 헤딩골을 성공시켰다. 존슨의 코너킥을 다이빙 헤딩 슈팅으로 연결했다. 선덜랜드는 1대2로 패했다. 기성용의 득점은 1월 12일 풀럼과의 21라운드 이후 70여일 만이다. 리그 3호골, 시즌 4호골이었다. 주목할 점은 '헤딩골'이다. 헤딩은 기성용의 최대 약점이다. 1m90이 넘는 장신이지만 헤딩을 잘 못한다. 학창시절부터 전담 키커로 활약하다보니 헤딩에 가담할 기회가 적었다. 셀틱에서 세 시즌 동안 11골을 넣었지만 헤딩골은 없었다. 지난 시즌 스완지시티에서는 무득점에 그쳤다. 선덜랜드에서는 세트피스 상황시 2선으로 빠져 중거리 슈팅을 노리곤 한다. 리버풀전에 앞서 올시즌 넣은 3골도 모두 발로 만들어냈다. 오랫동안 기다린 헤딩 득점이었다. 재미난 일화가 있다. 기성용의 부친인 기영옥 광주시축구협회장이 2012년 기성용의 헤딩과 관련된 뒷 이야기를 들려줬다. "성용이가 헤딩을 잘 안하는게 문제다. 헤딩에 안좋은 기억이 있는지 연습하라고 해도 잘 안한다. 헤딩골을 넣으면 자동차라도 사주겠다고 했는데도…." 셀틱 입단 이전에 한 약속이다. 2010년 유럽 무대에 진출한 이후 무려 4년 만에 첫 헤딩골이 터졌다. 노리치시티전(23일)에 선발 출전했다가 부진해 전반 40분만에 교체 아웃된 기성용은 이 득점으로 거스 포옛 선덜랜드 감독의 신뢰를 더욱 두텁게 했다. 포옛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경기에 패했지만 행복하다. 기성용과 존슨이 투입돼 팀에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줬다. 패배했지만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가야 하는지 알게됐다. 이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고 밝혔다. 강등권인 18위에 머물고 있는 선덜랜드에 희망을 안긴 득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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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이 흔들리던 손흥민의 입지도 넓어졌다. 두 달 가까이 골 소식이 없던 그는 지난 16일 바이에른 뮌헨전과 24일 호펜하임전에서 독일 언론으로부터 최하 평점을 받았다. 경기력 논란의 장막마저 걷어냈다. 독일의 언론 빌트는 승리의 주역인 손흥민에게 '사미 히피아 감독의 자리를 지켜냈다'는 평가와 함께 최고 평점인 2점을 부여했다. 독일의 축구 전문지 키커는 손흥민을 경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했다. 손흥민은 29일 안방에서 열리는 리그 28라운드 브라운슈바이크전에서 2경기 연속골에 도전한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