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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첫골을 서울전에서 넣었다. 올시즌 첫골도 서울전에서 넣고 싶다. 세리머니는 경기장에서 보여드리겠다."
골을 확인하자마자 이종호는 서포터석을 향해 돌진했다. 비장의 세리머니, 봉인이 해제됐다. 유니폼 상의를 번쩍 들어보였다. 땀에 젖은 유니폼 속에 '할머니♡건강히 오래 사세요'라는 글씨가 희미하게 드러났다. 미디어데이에서 예고했던 세리머니였다. 이종호는 어린 시절 부모님이 서울에서 일하던 무렵, 할머니 품에서 컸다. 축구 잘하는 손자는 할머니의 자랑이었다. 광양에서 경기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현장에서 손자를 응원했다. 그랬던 할머니가 지난 2월 덜컥 암 수술을 받았다. 수술로 기력이 쇠해진 탓에 홈 개막전에도 오지 못했다. 이종호는 3경기 내내 할머니를 가슴에 품고 달렸다.이종호의 '효심골'에 힘입어 전남은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올시즌 전남은 확실히 달라졌다. 선제골을 내주고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끈질기게 동점골, 역전골을 만들어냈다. 경기내용도 재밌어졌다. 첫 홈경기에 2011년 실관중집계 이후 최다관중인 1만2명이 운집한 이유다. 이날도 흥미진진한 펠레스코어(3대2)로 승리했다.
달라진 전남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종호는 즉답 대신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작년 서울 원정에서 1-0으로 이기다 후반 인저리타임에 2골을 내주고 1대2로 진 적이 있다. 후반 40분이 넘었는데도 김진규, 하대성 등 형들이 여유를 부리더라. '괜찮아' '절대 안져'라는 말을 그라운드에서 끊임없이 주고받았다. 상대팀 입장에선 기분이 나빴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그렇게 되더라. 경남전에선 동점골을 내주고도 질 것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안질 것같은 느낌, 그런 자신감이 강팀을 만드는 것같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