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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뉴와 옛 제자', '첼시와 드록바'의 재회로 흥미를 끌었던 대결. 27일 새벽(한국시각) 터키 이스탄불의 투르크 텔레콤 아레나에서 열린 갈라타사라이와 첼시의 2013-14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은 1-1 무승부였다. 첼시의 터키 원정을 요약하자면 '잘 끊고, 못 잇고, 못 끊고' 정도다. 잘 끊어내며 선제골을 넣었으나, 못 잇는 바람에 주춤하더니, 결국 못 끊고 동점골을 내줬다.
전방에서 끝내지 못한 수비는 후방에서도 계속됐다. 측면 윙어가 내려와 상대 측면 수비를 잡아줬고, 이 덕에 좌 아스필리쿠에타-우 이바노비치는 옆줄 쪽으로 무리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이들은 중앙 수비와의 공간을 좁혀 컴팩트한 플랫 4를 유지했고, 드록바-일마즈 투톱에 대한 견제를 늘렸다. 첼시가 '요주의 인물' 드록바를 일대일로 마킹하는 장면은 드물었고, 중앙으로 좁혀오는 스네이더를 틀어막을 확률도 높아졌다. 또, 아래로 내려온 첼시 공격진은 지공 상황에서 뒤로 볼을 돌리던 상대 패스를 가로채며 수비 집중력을 과시했다. 원정팀이 이렇게 열심히 뛰며 잘라내니 홈팀은 슬슬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못 잇고', 역습 찬스는 저멀리 훨훨.
가장 아쉬운 건 볼을 뺏어낸 직후 첼시가 보인 판단력과 움직임. 이들은 특히 높은 지점에서 백-횡패스를 가로채는 형태가 많아 템포를 살릴 기회가 상당했다. 적재적소에 쓰일 '단 하나'의 패스만 있다면 뒷걸음질치는 상대 수비에게 3vs3 정도의 숫자 싸움을 안길 수 있었다. 하지만 드리블의 퍼스트 터치가 상대의 폐부를 향하지 못했고, 준비한 패턴을 연출할 만큼 볼을 간수하지도 못했다. 볼을 넓게, 넓게 보내면서 몰려있는 상대 압박을 퍼뜨려 놓는 게 절실했으나, 첼시의 플레이메이킹은 갈라타사라이의 사후 대처를 뭉개지 못했다. 경기 초반부터 지쳐 보인 아자르 카드가 무리뉴의 속을 꽤 타게 했을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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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는 볼을 지키지 못했다. 역습을 시작할 때 볼을 뺏겨 재역습을 맞고, 슈팅을 주면서 코너킥까지 헌납했다. 몸을 날려가며 볼을 잡았으나, 상대 공격수가 달려들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급했다. 임펙트를 제대로 주지 못한 볼 처리는 깔끔하지 못했고, 중앙선을 넘기도 전에 다시 상대가 볼을 잡는 상황이 반복됐다. 패스 개수는 381개(리그에서 기록한 수치는 경기당 426개)에 그쳤고, 점유율은 58 대 42로 밀렸다. 이 숫자들로 경기 전체를 설명할 수는 없으나, 자신의 진영에서 볼을 주고받으며 소유권-통제권을 쥐지 못했다는 게 문제다. 첼시는 득점이 급한 홈팀의 공격에 숨도 못 돌리고 수비만 하는 피곤한 상황에 부닥친다.
잘 끊었으나, 잇지 못하더니 결국엔 '못 끊는' 상황이 발생한다. 열흘 전 맨시티 원정에서 90분 동안 유효 슈팅을 단 한 개도 못한 모습이 오버랩됐다. 체력 저하와 겹쳐 집중력은 떨어졌고, 미켈 카드도 큰 힘을 보태지는 못했다. 후반 20분에는 스네이더의 코너킥이 테리와 체흐, 두 베테랑 선수의 판단을 흐려놓을 만큼 절묘하게 떨어졌고, 끝내 동점골을 내줬다. 이제 첼시는 주말 풀럼전(3월 2일,원정)에 이어 일주일 간격으로 토트넘전(9일,홈)과 빌라전(16일,원정)을 치르고 19일 새벽 홈에서 16강 2차전을 벌인다. 1-1 무승부, 갈라타사라이 원정이었다면 나쁜 결과는 아니다. 다만 엄청나게 좋지도 않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