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갈 틈을 주지 않았다. 하루 전 승리를 거둔 우승권을 곧장 추격해 격차를 좁혔다. 이만하면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노리던 이들이 더 높은 곳에서 싸워볼 만도 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EPL 출범 후 단 한 차례도 오르지 못했던 왕좌에 등극하기 위해 다듬을 부분도 분명히 보였다. 23일 밤(한국시각)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13-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7라운드에서 스완지 시티를 4-3으로 잡은 리버풀 이야기다.
스완지 공격진은 볼을 잡고 돌아 골문을 조준할 여유를 누렸다. 수비 모션을 취하던 리버풀 수비는 백스텝을 밟으며 물러섰고, 골대 위치-동료 위치-역할 분담에 대한 판단에 혼란이 생겼다. 이런 불안정한 상황에 맞은 세트피스 상황도 결국 실점으로 이어졌다. 프리킥 지점은 골대 정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시야에 충분히 들어올 만한 각도에서 흔히 상대 공격수를 "품에 안아라"라고 가르치는 부분을 그대로 해내기에 큰 부담이 없었다. 쇄도하는 상대를 충분히 인지하며 볼의 궤적을 따라갔던 터라 보니가 그렇게 쉽게 헤딩하도록 풀어놓을 상황도 아니었다.
초반부터 골이 들어가다 보니 부담을 빨리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적절한 긴장까지 해친 건 아닌가 싶다. 아스널을 5-1로 대파하던 당시, 전반 10분 만에 두 골을 넣은 후에도 계속 몰아치던 리버풀의 모습을 되돌려 보자. 연이은 펀치에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한 상대의 상태도 한몫 했겠지만, 그럼에도 리버풀은 아스널의 가능성을 가벼이 보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남은 불씨를 확실히 끄려는 집념은 경기력에 반영돼 추가 득점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스완지전은 긴장의 탄력이 조금 더 일찍 풀렸다. 상대 전방 압박에 연이어 반복하던 수비 실수는 나와선 안 될 부분이었다.
공격에 대한 믿음이 결국 승리를 일궈냈다. 상대보다 한 골 더 넣어 이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보니에게 PK 동점골을 내준 이후 경기에 임했던 리버풀의 모습은 어땠는가. 상대를 파괴하려는 원투패스에는 공격진의 급해진 심리가 그대로 드러났다. 무리한 동작에 슈팅을 남발했고, 시야가 한정되며 가능성이 낮은 돌파에 모험을 걸었다. 수비 진영에서는 안 해도 될 실수를 남발해 팀 전체의 멘탈이 출렁였다. 뒷문을 확실히 틀어막을 수비력, 그리고 선제 득점한 골을 지킬 만한 노련한 운영이 절실하다. 챔스 티켓을 넘어 우승권과 싸우기 위해서라면 말이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