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팀 모두 '원하는 것'을 얻진 못했다. 아스널은 우승권 경쟁에서의 유리한 고지를 좀처럼 차지하지 못했다. 맨유는 또다시 모예스 체제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13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에서 아스널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0-0으로 비겼다.
상대 압박에 일시적으로 롱볼에 의존했던 아스널은 이내 정상 페이스를 찾는다. 맨유는 중앙선 아래로 처졌고, 아스널은 지난 주말 리버풀전보다 한결 자유로웠다. 손쉽게 상대 진영으로 진입한 이들은 지루를 포인트로 두고 짧게 때려 넣는 특유의 작업을 시작한다. 원투패스 이후 결정적 찬스를 잡으려는 심산이었을 터. 하지만 볼 없는 상황에서 보인 움직임은 너무나도 둔했고, 길목에서의 방황 탓에 패스의 흐름은 탁해졌다. 수비벽을 함락하며 골을 연출해내지 못한다면 상대 진영에서의 볼 점유도 그다지 쓸모가 없었다.
수비에 몰두했던 상대에게는 (재)역습이 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역습을 활용한 빠른 공격 전환도 체력 저하 탓에 무산됐다. 동료의 지원을 제때 받지 못한 드리블러는 상대 수비 2~3명에게 몰려 울며 겨자 먹기로 죽은 공간에 빠졌다. 게다가 지루의 머리를 겨냥한 측면 크로스 패턴도 승리를 보장하지는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죽음의 일정. 오늘 맨유전(리그)에서 총력전을 벌인 아스널은 17일 리버풀전(FA컵), 20일 뮌헨전(챔피언스리그)을 소화해야 한다. 무엇 하나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상황에 2선의 마법도, 최전방의 묵직함도 힘을 다했다.
|
더없이 조심스러웠다. 챔피언스리그는커녕 유로파리그도 간당간당한 마당에 원정에서의 정면 승부는 꽤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수비 네 명, 미드필더 네 명에 루니-반페르시까지 내려온 맨유는 9~10명의 숫자로 기본 수비 전형을 꾸렸다. 하파엘 대신 퍼디난드가 들어오며 수비진에 변화가 생겼지만,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다. 비디치는 지루를 상대로한 공중전에서 승리했고(데헤아와 비디치 사이로 떨어진 사냐의 크로스는 아찔했다), 데 헤아는 슈퍼세이브로 승부의 균형을 지탱했다. 수비만 잘 되면 지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보였다.
하지만 공격이 안 되면 이길 수 없음도 처절히 확인했다. 맨유가 마타에게 647억이나 쏟아부은 건 상위권 팀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함이었고, 이번 아스널전은 그들의 투자를 평가할 무대였다. 마타가 합류하면서 루니는 윗선에서의 공격에 집중하며, 클레버리는 중앙의 임무에 몰두하는 그림을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타의 동선은 루니-반페르시 투톱, 클레버리의 활동 범위와 줄곧 겹쳤고, 에브라와의 측면 연계에서도 효과적이지 못했다. 득점권에서 먼 지점에 3명씩이나 몰렸고, 반대 쪽이 텅텅 비어 다음 장면을 구상하지 못하는 현상도 발생했다.
중앙으로 좁힌 발렌시아도 문제였다. 오른발을 고집해온 발렌시아가 횡으로 꺾었을 때에는 플레이의 선택지가 극히 제한된다. 왼발로 직접 슈팅을 노릴 수도 없는 데다, 동료의 쇄도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그대로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밖에 없었다. 측면을 살린다는 관점에서 클레버리의 역할도 아쉬웠다. 중앙으로 쏠린 마타와 발렌시아와 중복되기보다는 차라리 아래에서 측면 수비의 뒷공간을 커버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맨유는 수비 숫자를 지키는 데 중점을 두면서도 효과적인 공격을 하고자 했고, 이 과정에서 에브라와 하파엘(스몰링)이 아래에 머물고서는 도저히 측면을 파괴할 수 없었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